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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장관님들은 청와대에서도 피우면서…
왜 우리한테만 이러세요?

등록 2013-06-14 19:56수정 2013-06-15 11:53

피시방이 6월8일부터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기자가 찾은 서울시내 10곳의 피시방에선 여전히 이용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피시방 업주들은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흡연 손님을 단번에 물리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피시방이 6월8일부터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기자가 찾은 서울시내 10곳의 피시방에선 여전히 이용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피시방 업주들은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흡연 손님을 단번에 물리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르포] 피시방 전면금연
▶ 보건복지부는 6월8일부터 전국 1만2천여 피시방이 전면금연구역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보도자료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흡연자를 불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피시방이 대중에게 보다 친숙한 공중이용시설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피시방 업주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갑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누가 금연을 말립니까. 그치만 피시방에 좀 와보고 정책을 만들어 주세요.”

영등포역 인근 ㅈ피시방
흡연구역 내 80석은 만석
금연구역 내 60석은 비었다
출입문 열고 들어온 두 명은
흡연구역에 자리가 없자
곧바로 돌아가 버렸다 

“집에서도 다 할 수 있는데
굳이 피시방에 오는 이유는
편하게 게임 즐기고 싶어서죠
흡연손님 비율이 70~80%인데
금연하라면 어찌 버티겠어요”

이슬비가 내리고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갔던 지난 11일 늦은 오후, 서울 영등포시장을 가로질러 도착한 영등포역 인근 ㅈ피시(PC)방의 실내는 선선했다. 건물 2층에 있는 ㅈ피시방은 전체 공간의 절반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해놓았다. 흡연구역과 금연구역 경계에는 공기이동을 차단하는 에어커튼이, 흡연구역에는 별도의 통풍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피시방 업주인 김동영(40)씨는 “이렇게 통풍을 하지 않으면 담배연기가 금방 섞인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하교시간, 직장인들의 퇴근시간과 겹쳐서인지 손님들은 많은 편이었다. 흡연구역 안 80석은 ‘만석’이었고, 금연구역 안 60석은 10석 정도만 들어찼다. 두 명의 손님이 피시방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흡연구역에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음에 올게요”라며 돌아갔다. 김씨가 말했다.

“2006년께 구청으로부터 피시방 영업허가를 얻으려면 매장의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만들어야 했어요. 구청에서도 일년에 한두번씩 금연구역을 제대로 나눠 놨는지 단속을 합니다. 우리 매장은 보다시피 상권 한가운데 있어서 중고등 학생들이 거의 찾지 않아요. 흡연 손님이 전체의 80% 정도 되고요. 피시방 장사가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가 한창이거든요. 금연구역 쪽에 자리가 텅텅 비어도 어쩔 수가 없죠.”

왜 그들은 피시방에서 담배를 피우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부터 전국 모든 피시방을 전면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피시방에 금연구역, 흡연구역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ㅈ피시방 입구에도 “피시방은 금연시설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ㅈ피시방만 해도 입구의 금연 문구 바로 맞은편에 재떨이를 마련해놓았다. 김씨에게 복지부의 ‘피시방 전면금연 정책’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알고 있죠. 그런데 지금은 계도기간이라서 괜찮은 거 아닌가요? 사실 단속을 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손님이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우면 말려야 하는 건지, 재떨이만 제공하지 않으면 업주는 책임을 면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재떨이를 안 주려고도 했는데 그럼 담뱃재와 꽁초를 아무 데나 버려서 감당할 수가 없어요.”

15년째 피시방을 운영해온 김씨는 그동안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했다. 특히 본격적인 흡연단속이 시작되면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런 우려를 토로하는 사람들은 김씨만이 아니었다. 지난 8일 이후 찾은 서울 시내 10곳의 피시방 업주들은 “전면금연화가 가장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비흡연자이자 ‘논게이머’(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인 기자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꼭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피워야 하는지’부터 의문이었다. 11일 ㅈ피시방의 흡연구역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커플에게 다가가 물었다. 25살 동갑내기인 장아무개씨와 나아무개씨는 “담배 못 피우면 피시방 올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성인 나씨가 먼저 말했다.

“여자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눈치가 보이잖아요. 집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게임을 하는 건 당연히 엄두도 못 내고요. 저는 평일에 퇴근하고서 스트레스를 풀 겸 이렇게 피시방에 오는데요. 이런 것도 못하게 막는다니 좀 강압적이게 느껴져요.”

옆에 앉은 장씨가 맞장구를 쳤다. “높으신 분들이 피시방에 와서 스트레스를 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부모님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식당을 하세요. 저는 스무살 때부터 거기서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고 있고, 일 끝나면 이렇게 스트레스 풀 겸 피시방에 와요. 식당은 올해 초부터 금연인데도 유독 잘 안 지키는 사람이 바로 국회의원이에요. 배지 달고 티브이에서 봤던 분들이 우리 식당에 오면 재떨이 달라고 하고, 금연이라고 하면 역정을 내며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워요.”

안 그래도 폐업중인데…피시방에 큰 타격

피시방 전면금연 정책이 6월8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직접 찾아간 서울시내 10개의 피시방 가운데 금연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마포구 공덕동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는 한경희(36)씨는 “손님에게 금연이라고 말은 하지만, 안 지켜도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피시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대다수 사람들도 피시방 금연 정책에 대해 알고 있었다. 직장인 조아무개(24)씨는 “온라인 게임의 특징이 유저들끼리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피시방에서 담배를 못 피우는 것도 게임하는 사람들 사이에 금세 퍼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은 그냥 담배를 피우고 있다. 조씨는 “게임을 같이 하는 친구들 모두 지금은 눈치를 보고 있지만, 담배를 못 피우면 피시방에 안 오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피시방 구석에서 게임을 하던 최아무개(35)씨는 “피시방에서 담배를 못 피우면 중간에 게임을 멈춰야 한다. 그럴 바엔 그냥 게임을 그만한다”며 모니터를 응시한 채 말했다.

금연정책의 대상이 되는 업소는 피시방만이 아니다. 식당이나 호프집, 카페 등에서도 예전처럼 자유로운 흡연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피시방이 유독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걸까. 피시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의 최승재 대표는 “피시방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폐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흡연단속까지 강화되면 타격이 정말 크다”고 토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전국 피시방 수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는 2만~2만2000여개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급감해 2만1547개에서 2011년 1만5817개로 줄었고, 업계 추산으로는 현재 1만2000여개에 불과하다. 4년 만에 1만개가 없어진 셈이다. 최 대표는 절박함을 호소했다.

“요즘 집에서 인터넷, 게임 다 가능한데도 굳이 피시방에 오는 이유가 좀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예요. 흡연 손님 비율이 전체의 70~80%에 이르죠.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전면금연을 실시하면 피시방이 어떻게 버티겠어요.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곧 생계극빈층으로의 추락인데요. 정부가 최근 1~2년 만에 5000개의 가게가 폐업하는 업종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거죠.”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ㅅ피시방을 운영하는 송영태씨는 인근의 피시방 4곳이 문을 닫는 상황을 지켜봤다. 5개의 피시방이 경쟁하던 반경 300미터 안의 상권에서 불과 2년 만에 4곳이 폐업했다. “2011년 말부터 2개의 피시방이 먼저 문을 닫았지만 남은 가게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남은 두 피시방이 저가요금으로 치열하게 경쟁해 결국 시간당 이용료 500원으로까지 낮췄죠. 그렇게 출혈경쟁을 하다 둘 다 문을 닫았어요. 우린 끝까지 1시간에 1000원으로 버텼어요. 장사가 안돼도 더 요금을 깎으면 남는 게 없어서였죠.”

성동구 응봉동에서 ㅅ피시방을 운영하는 이천희(40)씨 역시 한 아파트 상권에서 4개의 피시방과 경쟁하다 홀로 살아남았다.

“3~4년 전에 금연구역 구분해야 한다고 해서 차단막, 통풍시설, 냉방기, 에어커튼 등에 700만원을 넘게 썼는데 이젠 다 소용없게 됐어요. 굳이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실내흡연실을 설치해야 한대요. 지금 좌석이 36개뿐인데 흡연실을 만들려면 자리를 4~5개 빼야 하고,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피시방에 대한 흡연규제가 시작된 시기는 2003년이지만, 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금연구역 설치를 강제한 시기는 2006년 이후부터라고 피시방 업주들이 전했다. 이 시기부터 피시방들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분리했고, 통풍·환기설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최승재 대표는 “우리도 카페처럼 흡연구역을 금연구역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고 싶었지만, 소방법에 저촉된다고 해서 출입문보다 비싼 에어커튼을 설치했다. 구역을 나누라고 해서 비싼 돈을 투자했는데 다시 이렇게 정책을 바꾸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지부는 오히려 불완전한 구역 구분을 지적했다. 복지부 건강증진과의 송명균 사무관은 “피시방은 카페와 달리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연결돼 있어 간접흡연의 피해가 크다. 반면 카페는 흡연구역을 유리벽과 출입문으로 완전히 밀폐하고 있었고, 흡연시설을 단번에 없애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시행규칙에 예외조항을 만들어 2015년까지 카페 흡연실에서의 영업활동을 허용했다. 흡연실을 만들어도 좌석을 놓을 수 없는 피시방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피시방 내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구분을 철저히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송 사무관은 “한 공간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나누는 것보다 전면금연화를 실시하는 것이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는 지속가능한 방법이면서 세계적인 추세”라고 답변했다.

노래방·당구장 등 타 업소와의 형평성

피시방 업주들은 카페 이외에도 노래방, 당구장과의 형평성을 지적했다. 성내동의 피시방 업주 송씨는 “굳이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금연을 실시하는 거라면 왜 당구장과 노래방은 예외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의 송 사무관은 “금연관련 법령을 만들면서 당구장에 대해 검토를 했으나, 법체계상의 문제로 인해 금연구역에 지정되지 못했고, 노래방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금연구역을 지정하면서 여러 업종과 시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피시방 전면금연화로 얻는 이득도 있다. 청소년을 포함해 비흡연자들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비흡연자들이 피시방을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피시방에 있던 중학교 2학년생 김규민(14) 학생은 “금연구역에 앉아 있기 때문에 담배 냄새가 심하지 않지만, 옷에 냄새가 배어서 집에 가면 어머니께 혼난다”고 말했다. 송 사무관은 “피시방은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로 간접흡연의 피해가 큰 곳이었고, 금연화를 실시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책을 실시하는 주체와 영향을 받는 사람들 사이의 괴리다. 일부 피시방 업주들은 “고위 공직자들조차 제대로 법을 지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청와대 고위 인사들조차 국민건강증진법을 어기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4일 청와대의 외교안보 수장들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회의장 별실을 흡연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외교안보 관계장관회의가 열릴 때마다 별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아이디어를 교환하자 최근엔 금연파인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가세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문제는 이들이 담배를 피운 청와대 회의장 별실은 엄연히 금연구역이라는 점이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관리자는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고, 이 법의 시행규칙은 별도의 밀폐된 공간과 환기시설을 갖춘 공간만을 흡연실로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 별실은 이런 흡연실에 해당되지 않는다.

영세한 피시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정책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실이나 대안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사태로 실직한 뒤 16년째 응봉동에서 피시방을 운영해온 이천희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반대하는 건 금연정책이 아니에요. 다만 이 정책을 만든 공무원들이 피시방에 직접 와봤는지 의문이에요. 피시방 전면금연화 이후로 손님이 20~30%가 줄었어요.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해도 한달에 150만원을 집에 가져다주기도 힘들어요. 집에 가서 초등학생, 유치원생인 두 아들을 보면 잠도 잘 못 자요. 그냥 막막할 뿐이죠. 정부는 흡연자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거두잖아요. 왜 금연정책의 피해는 흡연자들도 아닌 자영업자들이 다 감당해요? 금연 좋은데요, 왜 우리에게만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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