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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수명 연장·의료비 절감 효과 전무…조기 진단 웬말?

등록 2014-08-12 10:47수정 2014-08-13 16:38

갑상선암 진단과 수술의 ‘불편한 진실’
갑상선암 수술하는 의사선생님들께 “과잉진료 관행 바꿔주세요”

건강과 질병의 경계는 어디인가를 둘러싼 의학계의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전문적인 의학 지식에 두루 밝기는 어렵다. 무지는 공포를 부른다. 적잖은 이들이 가벼운 증상만 있어도 새로운 첨단 의료기술을 적용해 치료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전에 없던 질병이라도 걸리면 패닉에 빠지지 않기가 어렵다. ‘공포 마케팅’이 번성할 토양이다.

한국에서도 과잉 진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무엇이 과잉 진료를 부르는 것일까. ‘공포 마케팅’ 및 과잉 진료와 관련한 반성을 이 기획 연재물에서 담으려 한다. 이 기획 연재물은 어찌어찌하면 건강해진다는 ‘정답’을 제시하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다만 질병과 건강, 그 흐릿한 경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글이고자 한다.

의사 기자 김양중의 ‘쉿, 그거 아세요?’

③ 증상도 없는데 갑상선암 진단 꼭 해야 하나?

2001년 국내 갑상선암 환자 인구 10만명당 81명…미국·영국보다 높아
한해 평균 23.7%씩 증가해 암 평균 증가율의 6배 달해…과잉검진 논란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 출범…합리적 해결책 기대

초음파 검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초음파 검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3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가 만들어져 최근 갑상선암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는 배경에는 과잉검진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뒤 이를 둘러싼 사회적인 논쟁이 한창입니다. 나아가 치료할 필요가 없는 갑상선암마저 검진으로 찾아낸 뒤 수술까지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갑상선에서 조직 일부를 떼내 암으로 확진이 되면 이를 가만히 두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또 환자에게 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버려두는 의사도 없을 겁니다. 의사들 입장에선 ‘환자들이 서둘러 암 치료를 받겠다고 해서 열심히 수술한 것도 죄가 되나요?’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암을 곧 사망진단서로 받아들이는 환자들을 위해 몸에 해가 없는 초음파 검사로 갑상선암을 찾아낸 게 되레 환자에게 해가 된다고 하니 의사로선 억울할 법도 합니다. 갑상선암 치료를 하다보면 크기는 작아도 이미 주변 조직에 전이돼 조기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과다검진으로 내몰리니 더 그럴 겁니다.

주변의 다른 의사들을 둘러봐도 갑상선암 조기진단이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예컨데 항암제를 써서 암을 치료하는 종양내과 의사라면 암 세포가 조금만 남아 있어도 항암제를 씁니다. 항암제 치료로 늘어나는 생존기간이 단 몇일에 불과하고, 한달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도 항암제를 처방을 받습니다.

항생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의 항생제 소비량은 1000명당 하루 28.4단위(일일상용량)로 오이시디 평균인 20.3단위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얼마나 써 댔으면 8종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폐렴구균이 발견됐겠습니까? 이런 폐렴구균이 가져올 문제는 정작 항생제를 많이 먹지 않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데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먹은 항생제 탓에 내성을 지닌 세균이 나에게 감염돼 치료를 할 수 없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세태로는 세균·기생충 한마리도 몸안에 두지 못합니다. 하물며 아무리 생존율이 높다고 해도 갑상선암을 그냥 둘리 있겠습니까. 발견 즉시 박멸의 대상이 되는 거죠. 그 덕에 환자들 가운데 누군가는 수명을 연장하는 등 혜택을 누렸을 겁니다. 항생제 치료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의료계에서 흔히 ‘수술 또는 항암제 치료는 잘 됐는데, 정작 환자는 장애를 얻거나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의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질병만 볼 게 아니라 환자의 건강 전체에 이로운 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암 검진만 열심히 받으라고 했지 정작 검진효과를 검증한 조사결과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검진을 늘린 덕에 수명이 연장되거나 의료비가 줄었는지 그래서 삶의 질은 높아졌는지를 의학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의미 있는 결과 말입니다.

왜 하필 갑상선암을 수술하는 의사들에게 바라냐고요? 갑상선암이 이런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주기 때문입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81명 꼴로 영국의 17.5배, 미국의 5.5배나 됩니다. 세계 평균 보다 10배나 높습니다. 갑상선암은 1999~2011년 한해 평균 23.7%씩이나 증가해 모든 암의 평균 증가율 3.6%보다 약 6배나 됩니다. 역으로 갑상선암 수술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없애는데 앞장설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거 대한갑상선학회가 갑상선에 생긴 5㎜ 이하의 혹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추가 검사를 하지 않도록 권고한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권고안이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것입니다. 감히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와 손잡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결단을 기대해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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