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승훈 기자가 손목하수(wrist drop)인 채로 <한겨레> 편집국 토요판팀에서 기사 작성을 하는 모습. 손목이 들리지 않아 팔을 세운 채 왼손 검지와 오른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오승훈 기자
[토요판] 르포
‘토요일밤의 증후군’ 투병기
‘토요일밤의 증후군’ 투병기
▶ 지금 스마트폰으로 이 기사를 읽고 계신가요? 스마트폰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읽기를 권합니다. 그 전에 목을 앞뒤 좌우로 30초 동안 움직여 스트레칭을 하십시오. 어깨를 풀어주는 동작도 곁들인다면 더 좋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활동량이 적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20~40대 젊은층에서 목디스크 등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 목디스크와 동시에 ‘토요일 밤의 증후군’이란 질환을 앓는 오승훈 기자의 투병기를 싣습니다. 독자들의 경추 건강을 기원하는 이유입니다.
손이 망가졌다.
지난 1월 중순이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왼쪽 손목이 위로 들리지 않았다. 왼손가락을 활처럼 펴려 해도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가면서 뜻대로 쫙 펴지지 않았다. 분명 아래로는 움직이는데 손목과 손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려고 하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난생처음으로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처음엔 신기했다. 이내 그 신기함은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었다. ‘벌써 풍이 온 건가?’
징후는 며칠 전부터 있었다. 갑자기 왼팔 삼두박근(위팔 뒤쪽의 큰 근육)이 저리기 시작했다. 시리고 뭉근한 통증이 하루 종일 지속됐다. 왼팔을 내내 주물렀지만 통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통증 속에서도 마감은 닥쳐왔다. 팔을 어루만지며 꾸역꾸역 원고 마감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옆자리의 고경태 토요판 에디터가 물었다. “팔 아프냐?” “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저리네요.” 고 에디터는 ‘팔이 저릴 만큼 기사를 많이 쓰진 않았는데…’라는 표정이었다. ‘….’ 어서 병원에 가보라는 고 선배의 말을 흘려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겠지 싶었다.
가히 목디스크의 시대
내 기대와는 달리 팔저림은 점점 심해졌다. 특히 밤에 더 저릿했다. 통증이 심할 땐 손목보호대를 이용해 아픈 부위에 핫팩을 붙여보기도 했다. 뜨거움이 통증을 누그러뜨렸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핫팩을 댄 자리에 물집이 잡혔다. 경도 화상이었다. 연고를 바르는 내게 아내가 말했다. “어디서 고기 탄내가 나더니만. 가지가지 한다.” ‘아~놔.’
처음엔 목디스크(경추수핵탈출증)인 줄 알았다. 허리디스크가 허리 아닌 다리가 아픈 것처럼 목디스크는 목이 아니라 팔이 아픈 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년여 동안 사회부에 있으면서 경찰서 기자실 등지에서 거치대 없이 노트북을 책상이나 무릎에 두고 사용한 기억도 떠올랐다. 목디스크는 고개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척추 마디와 마디 사이에서 작용하는 물렁뼈로 목디스크 내의 수핵이 섬유질을 뚫고 나와 신경을 압박하거나 디스크 자체가 뒤쪽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찌르면 통증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디스크 퇴화로 인한 추간판 균열이 목디스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최근에는 목을 빼고 컴퓨터 모니터나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는 잘못된 습관이 주된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실제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퇴행성 질환인 목디스크 환자도 아울러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4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목디스크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2007년 1만7160명에서 2014년 8만4874명으로 증가했다. 많이 발생한 질병 순위에서도 2007년 71위에 불과했던 목디스크 질환은 2014년 16위에 올랐다. 가히 목디스크의 시대였다.
앓던 와중에도 새로운 취재 일정은 늘 생겼다. 새로 개업한 프랜차이즈에 취업해 자영업자의 고충과 프랜차이즈의 실태를 들여다보는 아이템이었다. 마침 서울 송파구 쪽에서 기존 가게를 인수해 부업에 나선 지인의 프랜차이즈에서 일주일 일했다. 지인은 공짜로 부리는 인력이라고 악착같이 일을 시켰다. 사장님은 사장님이었다. 창고에 있는 냉장고의 성에를 제거하고 서빙을 하고 짐을 날랐다. 부엌 청소도 거들었다. 손목과 손에 힘이 안 들어간 건 그즈음이라고 기억한다.
그 외에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다. 어느날 손목이 아래로 떨어졌다. 자연치유의 기대도 함께 고갤 숙였다. 그사이 또다시 마감은 닥쳐오고 있었다. 손목이 지탱되지 않았으므로 팔을 들어 왼손 검지와 오른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왼손은 느닷없이 독수리 타법으로 돌아왔다. 그마저도 힘없는 손목이 아파서 오래 쓰지 못했다. 마감에 평소보다 1.5배의 시간이 걸렸다. 손으로 먹고사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발 다친 축구선수, 목 아픈 가수였다. 겨우 마감을 하고 밤늦도록 술을 마셨다.
이러다가 영영 손을 못 쓰게 되는 건 아닐까? 회사 의학전문기자인 선배에게 전화했다. 웬만해선 병원에 가지 말고 자가치유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하는 선배도 “대학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며 서울대병원 척추종양센터 신경외과를 권했다. 예약을 했지만 대기자가 많아 1주일가량 기다려야 했다. 그사이 한의원부터 찾았다. 먼저 목을 위로 당겨주는 견인치료를 받았다. 침대에 누워 머리 위쪽에서 턱까지 이어진 벨트를 채우자 30초에 한번씩 반복적으로 벨트가 머리 위쪽으로 당겨졌다. 그때마다 얼굴이 벨트에 조여져 볼살이 터질 것 같았다. 이 모습을 셀카로 찍어 같은 팀 박기용 기자에게 보냈다. 답이 왔다. “생쇼한다.”
목과 등에 부항을 맞은 뒤 그 자리에 다시 봉침시술을 받았다. 정제된 벌독을 환부에 놓아 그 자리에 자연적인 면역기제로 피가 몰리는 작용을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게 된다고 한의사는 말했다. 벌침을 맞자 눈이 충혈되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어지러웠다. 목 뒷덜미와 등이 욱신욱신 부어올랐다. 봉독의 통증이 팔의 통증을 잠시나마 물리쳤다. 그렇다고 떨어진 손모가지와 손가락이 올라오진 않았다. 벌침을 맞고 끙끙 앓자 아내가 말했다. “벌침 말고 칼침 맞은 거 아냐? 호호.” 난 말했다. “경사 났니?”
어느날 왼손목이 들리지 않았다
손가락도 위로 펴지지 않았다
손으로 먹고사는데 이런 낭패가
MRI와 초음파·근전도 검사했지만
서울대병원선 원인 불명이라 했다 동네 병원에선 “요골신경마비다”
일상에선 말 못할 여러 변화 생겼다
직장인 근골격계질환 지속 증가세
‘경제적 손실액 4조’ 연구 결과도
일 줄이라는데 왼손은 오늘도 일해 마치 남이 ‘뒤처리’해주는 느낌도 서울대병원 진료를 받으러 간 날, 병원엔 정말 환자밖에 없었다. 증세를 듣고선 ‘왼손을 잡고 힘을 줘봐라, 팔을 안쪽과 바깥쪽으로 접고 펴봐라’라고 한 의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죄송스런 말씀인데요. 최근에 술 먹고 어디서 널브러진 적 있으세요?” “….” 자신할 순 없지만 최근엔 없었다고 믿고 싶었다. 의사는 덧붙였다. “저희가 배울 때 이 증상은 술 취해서 팔을 올리거나 떨어뜨린 채 오래 잠들어서 신경이 마비되면 발병하는 걸로 배웠거든요.” 순간 내 머린 지난 2개월 동안의 술자리를 복기하느라 분주했다. 의사는 우선 목디스크일지도 모르니 목 쪽 엠아르아이(MRI)와 상반신 엑스레이 촬영을 하자고 했다. 재활의학과 협진으로 근전도와 초음파 검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빠른 시간에 다시 보자고 했다. 본관으로 가 바로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두 군데에서 진료를 받은 그날, 치료는커녕 진료비로만 10만원이 넘게 들었다. 아무리 대학병원이라지만 국립병원이라는 게 무색했다. 1주일 뒤 근전도와 초음파 검사를 했다. 다시 또 1주일 뒤 예약이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엠아르아이를 찍었다. 그렇게 도합 200여만원의 병원비를 지급한 뒤 만난 척추종양센터의 신경외과 교수는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정형외과에서 다시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내게 그는 “원래 신경 쪽 질환이 회복까지 반년 정도 걸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정형외과를 가보라”고 타일렀다. 그동안의 진료기록을 복사한 뒤 3만원을 내고 엠아르아이 영상기록을 시디에 담아 병원을 나섰다. 서울대병원을 계속 다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더는 없었다. 달포에 걸친 검사와 진료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건 200여만원의 병원비 영수증뿐이었다. 아내의 권유로 지난달 중순 동네 다른 정형외과엘 갔다. 증상에 대한 내 얘기를 들은 뒤 진료기록을 본 의사가 말했다. “이런 증상을 원래 토요일 밤 증후군(Saturday night syndrome)이라 부르거든요. 미국에서 주말에 대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신 뒤 여자친구 팔베개해주다가 마비로 손목하수(wrist drop) 현상이 오는 걸 일컫는 거죠. 환자분께서는 그런 일도 없으실 텐데 이상하네요.” 나라고 그런 일이 왜 없겠냐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의사는 또 “직접적인 계기가 없다면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작업을 하는 데서 비롯된 근골격계 질환의 일종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검색해보니 요골신경마비로도 불리는 이 증상은 “팔을 지나는 요골신경이 외부 요인에 의해 압박을 받아 생기는 질환”으로 팔에 생기는 질환 중에 비교적 흔하다고 한다. 음주 후 불량한 자세로 수면을 취하는 경우에 나타나는데 신혼여행 때 팔베개를 해준 뒤 발병하기도 해 ‘허니문 마비’(Honeymoon palsy)라고도 불린다. 근골격계 질환이란 무리한 힘의 사용, 반복적인 동작, 부적절한 작업자세, 날카로운 면과의 신체 접촉, 진동 및 온도 등의 요인으로 인해 근육과 신경, 힘줄, 인대, 관절 등의 조직이 손상되어 신체에 나타나는 건강장해를 총칭한다. 토요일 밤에도 ‘별일’ 없었고 허니문도 아닌 난 그저 팔만 주물렀다.
정형외과계의 권위자인 서울시 동부병원장 김현정 박사는 “요골신경마비는 수술보다는 운동요법과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 신경이 자연적으로 돌아오기까지 통상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데 비교적 예후가 좋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사이 왼손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일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휴직까지도 권했지만 일은 되레 더 늘어났다.
왼손이 고갤 숙인 동안, 양손잡이의 일상생활에도 예상치 않은 지장이 따라왔다. 나의 왼손이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는지 왼손을 잃기 전까지 몰랐다. 스웨터를 입을 때 꺾인 손은 소매로 나아가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그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번져왔다. 남방 단추를 잠글 때 두 손이 서로 거든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백팩을 멜 때 의식적으로 왼팔부터 멨지만 습관은 무서운 것이어서 왕왕 오른팔을 먼저 메다 왼팔이 꺾여 들어가며 낮은 비명을 지르곤 했다. 특히 출근 전 머리를 만질 때 왼손은 서글펐다. 손가락으로 머리모양을 만들어낼 수 없어 오른손이 만진 머리를 손등으로 훔치는 수준이었다. 책을 볼 때도 오른손으로 책을 들면 왼손으로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책읽기를 뒤로 미뤘다. 무리한 운동을 하면 팔이 더 저렸다. 운동도 뒷전으로 제쳤다. 아침마다 처음 보는 ‘뚱땡이’가 거울 앞에 서 있다.
민망한 일도 많았다.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휴지를 끊기도 힘들었다. 난 내가 그동안 왼손으로 뒤처리를 했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부실한 왼손 대신 오른손으로 뒤처리를 할 때 마치 남이 해주는 것 같은 야릇한(?) 느낌도 들었다. 비데가 눈물겨운 까닭이었다. 문상 가서 절할 때 손이 바닥에 쓸려서 이상한 자세가 되기도 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왼손으로는 위쪽 손잡이를 잡기가 어려워 난감한 적도 많았다.
꺾인 손으로 지내기 위태로워 손목보호대를 찼다. 아내가 아들 녀석을 낳고 노상 둘러업는 탓에 손목이 시큰해져서 찼던 보호대였다. 손목을 잡아주니 한결 나았다. 회사의 동료들은 손목보호대를 찬 날보고 ‘권투 배우냐, 얼굴도 파이터인데 어쩌냐, <내부자들>의 안상구 같다’고 놀려댔다. 난 속도 없이 그 앞에서 꺾인 손으로 ‘취취’를 하거나 안상구처럼 오른손으로 왼손을 180도 돌리는 시늉을 했다.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든 날들이었다.
왼손을 잃고 나는 쓰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근로손실일이 3985만일, 경제적 손실액은 약 4조449억원으로 나타나는 등 직장인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직업환경 전문의 등 당시 토론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질병 부담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심뇌혈관 질환은 감소 추세인 데 반해, 근골격계 질환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환자들의 영구적 장애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근골격계 질환이 ‘21세기형 산재’라고 불리는 이유다.
17일 현재, 통증과 증상에는 차도가 없다. 일에 치여 치료도 꾸준히 못 받고 있다. 내 질환은 업무상 질병일까? 손을 위해서 일을 줄이라는데 아픈 손까지 팔아먹는 기사를 쓰고 있는 난, 다만 기형도 시인의 시에 기대 이렇게 쓸 뿐이다. ‘왼손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왼손들아/ 외팔이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왼손 빈집에 갇혔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서울 여의도의 한 한의원에서 오승훈 기자가 왼손에 침을 맞고 있다. 오승훈 기자
손가락도 위로 펴지지 않았다
손으로 먹고사는데 이런 낭패가
MRI와 초음파·근전도 검사했지만
서울대병원선 원인 불명이라 했다 동네 병원에선 “요골신경마비다”
일상에선 말 못할 여러 변화 생겼다
직장인 근골격계질환 지속 증가세
‘경제적 손실액 4조’ 연구 결과도
일 줄이라는데 왼손은 오늘도 일해 마치 남이 ‘뒤처리’해주는 느낌도 서울대병원 진료를 받으러 간 날, 병원엔 정말 환자밖에 없었다. 증세를 듣고선 ‘왼손을 잡고 힘을 줘봐라, 팔을 안쪽과 바깥쪽으로 접고 펴봐라’라고 한 의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죄송스런 말씀인데요. 최근에 술 먹고 어디서 널브러진 적 있으세요?” “….” 자신할 순 없지만 최근엔 없었다고 믿고 싶었다. 의사는 덧붙였다. “저희가 배울 때 이 증상은 술 취해서 팔을 올리거나 떨어뜨린 채 오래 잠들어서 신경이 마비되면 발병하는 걸로 배웠거든요.” 순간 내 머린 지난 2개월 동안의 술자리를 복기하느라 분주했다. 의사는 우선 목디스크일지도 모르니 목 쪽 엠아르아이(MRI)와 상반신 엑스레이 촬영을 하자고 했다. 재활의학과 협진으로 근전도와 초음파 검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빠른 시간에 다시 보자고 했다. 본관으로 가 바로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두 군데에서 진료를 받은 그날, 치료는커녕 진료비로만 10만원이 넘게 들었다. 아무리 대학병원이라지만 국립병원이라는 게 무색했다. 1주일 뒤 근전도와 초음파 검사를 했다. 다시 또 1주일 뒤 예약이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엠아르아이를 찍었다. 그렇게 도합 200여만원의 병원비를 지급한 뒤 만난 척추종양센터의 신경외과 교수는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정형외과에서 다시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내게 그는 “원래 신경 쪽 질환이 회복까지 반년 정도 걸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정형외과를 가보라”고 타일렀다. 그동안의 진료기록을 복사한 뒤 3만원을 내고 엠아르아이 영상기록을 시디에 담아 병원을 나섰다. 서울대병원을 계속 다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더는 없었다. 달포에 걸친 검사와 진료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건 200여만원의 병원비 영수증뿐이었다. 아내의 권유로 지난달 중순 동네 다른 정형외과엘 갔다. 증상에 대한 내 얘기를 들은 뒤 진료기록을 본 의사가 말했다. “이런 증상을 원래 토요일 밤 증후군(Saturday night syndrome)이라 부르거든요. 미국에서 주말에 대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신 뒤 여자친구 팔베개해주다가 마비로 손목하수(wrist drop) 현상이 오는 걸 일컫는 거죠. 환자분께서는 그런 일도 없으실 텐데 이상하네요.” 나라고 그런 일이 왜 없겠냐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의사는 또 “직접적인 계기가 없다면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작업을 하는 데서 비롯된 근골격계 질환의 일종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요골신경마비는 팔을 지나는 요골신경이 외부 요인에 의해 압박을 받아 손목이 아래로 떨어지는 질환이다. 주말에 술을 많이 마신 뒤 여자친구에게 팔베개를 해준 뒤 마비가 온다고 하여 토요일 밤 증후군(Saturday night syndrome)으로도 불린다. 그림은 요골신경 부위를 나타내는 설명도. 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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