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22일 오후 방역 전문요원들이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시설에 소독액을 뿌리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2일 해외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국한 환자가 확인되면서 브라질 등에서와 같이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 환자가 국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쪽은 이 환자로 인한 추가 감염이나 소두증 환자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 브라질에서 모기 물려 감염 추정 국내 첫 환자는 43살 남성이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악수나 포옹 등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전파되지 않는다. 단 수혈과 성관계로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 귀국한 뒤 이 환자는 헌혈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가 그사이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면 이 환자로 인한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현재 이 환자는 발열 등 관련 증상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상태가 양호해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 환자는 지카 바이러스 환자 발생 지역인 브라질 북동부인 세아라주에 지난 2월17일부터 3월9일까지 22일간 출장을 갔다가 이 질환을 옮기는 모기에 물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를 고려해볼 때 지난 2일 정도에 모기에 물리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자체 역학조사에서 이 환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했지만 물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브라질에서 독일을 경유해 지난 11일 귀국했지만, 그 당시에는 발열 등과 같은 증상이 없어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법무부 사이 구축돼 있는 협조 시스템으로 이 환자가 브라질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귀국일을 비롯해 귀국 뒤 닷새째와 열흘째 ‘발열이나 발진 등 지카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라’는 문자가 세차례 전달됐다. 이 환자는 귀국 뒤 닷새째인 16일부터 발열 등이 나타나 이틀 뒤에 광양에 있는 선린의원을 찾았고, 다시 하루 뒤인 19일부터 발진과 근육통이 나타나 이틀 뒤에 다시 이 의료기관을 찾았다. 진료를 다시 한 의사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해 광양시 보건소에 신고했고, 보건소에서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체를 보내 확진이 이뤄진 것이다.
■ 처음 진료했을 때에는 신고 안해 이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 처음 선린의원을 찾았을 때, 의원 쪽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놓고, 방역체계가 느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 1월29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으며, 이에 따라 이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선린의원은 16일에는 발열만 있어 좀 더 관찰하자는 입장이었고, 이후 18일에 발진 등이 추가되자 보건소에 신고했다. 현재 정부 지침은 37.5도 이상 고열 또는 발진과 함께 근육통 관절통 결막염 두통 중 하나 이상이 동반되면 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정 본부장은 “(지카 환자를) 놓쳤기보다는 신중하게 판단한 것이다. 외국 다녀온 뒤 열나고 조금 근육 아프다고 다 지카 감염이라고 하면, 혼선을 빚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적절하게 판단을 한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열과 근육통만 있었으면 당장 판단은 어렵다. 다만 브라질에 다녀 온 점을 감안하면 신고를 바로 했어야 하는데,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지카 감염이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신고가 다소 늦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메르스 유행 때에는 첫 환자가 확진된 뒤 거의 20일이 지나 병원명을 공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환자가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병원명을 곧바로 공개한 점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생긴 만큼 보건당국은 현재의 검역 체계를 유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모기 방제 작업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대책반과 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다만 감염병 위기 단계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명률과 전파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해, 관심 단계인 현 단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지카 바이러스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로 이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물었을 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2015년 이전에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 지역에서 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 있다가, 2015년 5월 브라질에서 감염 발생이 보고된 뒤 지난 3월 중순 기준 총 42개국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발열, 피부 발진, 관절통 등이 주요 증상이며, 감염돼도 10명 가운데 8명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저절로 낫는다. 다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소두증이 있는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