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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집에서 쉬는데 심장이 ‘쿵쾅’…부정맥 진단에 가슴이 ‘철렁’

등록 2016-12-15 09:07수정 2016-12-15 09:10

[김양중 종합병원] 부정맥
심전도 검사를 하기 위해 심장에 전극을 부착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심전도 검사를 하기 위해 심장에 전극을 부착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3년 전 50대 후반의 김아무개(61·남)씨에게 ‘심쿵’이 찾아왔습니다. 휴일이어서 회사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 등산을 좋아했던 그는 산을 한창 오르거나 정상에 올랐을 때에 종종 가슴이 평소보다 쿵쾅거리기는 했지만 쉬고 있는데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전날 술을 과하게 마신 것도 아니었고 등산 등 운동을 과격하게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스포츠도 아니고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서 텔레비전 때문에 마음이 흥분될 것도 없는데, 가슴이 갑자기 쿵쾅거리니 몹시 두려웠습니다. 누워서 10분가량 쉬니, 다시 좋아지기는 했는데요. 심장병으로 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더라고요.”

그는 휴일이라 갈 병원이 없다며 연락을 해왔는데요. 전형적인 부정맥 증상이라고 의심돼 스스로 맥박을 짚어보고 어떤 상황인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10분 정도 흐른 뒤에 다시 연락이 왔는데, 몇 분 동안 맥박을 재본 결과 횟수가 1분에 58회 정도로 일정했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가슴 두근거림이 다시 나타나면 곧바로 큰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볼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후에 연락이 없길래 별 이상 없이 잘 지내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다 지난여름 우연한 일로 전화 통화를 한 끝에 그가 부정맥 가운데 심방세동이라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과정을 물어보니 3년 전 전화를 한 뒤에도 종종 가슴 두근거림이 생겨나서 얼마 있지 않아 할 수 없이 동네의원을 거쳐 큰 병원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가끔씩 주변에서 심장마비로 돌연사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만만치 않아 보여 할 수 없이 대학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 끝에 심방세동으로 진단됐습니다. 이후 약물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빠른 심장박동 느낀 50대
심전도 검사 결과 ‘부정맥 심방세동’
“뇌졸중·심장마비 합병증 두려워
건강관리 위해 직장까지 명예퇴직”

술·담배·카페인 등 발병 요인이지만
정확한 원인 모르는 사례 많고
증상 없어 오랜 기간 방치 위험도
환자 절반은 약물로 치료 가능
심하면 제세동기 삽입 등 수술해야

우리 몸의 곳곳에 혈액을 공급하도록 펌프질을 하는 심장은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박동을 합니다. 평상시에 쉬고 있을 때에는 1분에 50~80회가량 맥박이 뛰고, 긴장하거나 운동을 할 때에는 150~180회까지도 박동을 합니다. 이런 심장 박동수가 과다하게 변하거나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통틀어서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맥박이 과도하게 느린 경우를 서맥이라고 하고, 반대로 지나치게 빠른 경우를 빈맥이라고 부릅니다. 남기병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질환의 대표 격인 협심증은 심장의 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하지만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난다”며 “특징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일부에서는 뇌졸중이나 돌연사(급사)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심장에 웬 전기가 흐르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김씨 역시 심장의 전기적 신호에 이상이 생겼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심장은 심방과 심실로 나눕니다. 좌우에 심방과 심실이 하나씩 있어서 크게 4개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 심장과 심실은 심장 근육으로 구성이 되며, 이 근육에 전깃줄처럼 가느다란 힘줄이 가지를 치듯이 놓여 있어서 심장 근육 전체에 전기적 신호를 전달합니다. 이 신호에 따라 심장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되면서 펌프처럼 피를 뿜어내 혈관을 따라 온몸에 보내게 됩니다. 남 교수는 “쉽게 말해 심장의 전깃줄 배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부정맥”이라며 “전깃줄이 절단됐을 경우에 서맥이 발생하고, 가까이 있는 전깃줄의 연결이 이상하게 돼 전선이 합선되면 불똥이 튀는 것처럼 빈맥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장의 전기적 신호의 문제로 생기는 부정맥을 진단하려면 이 전기적 신호에 따라 그래프를 만드는 심전도 검사를 합니다. 김씨도 이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가 단순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거의 하루 종일 심전도 검사를 한다고 해 병원에서 돈을 벌려고 불필요한 검사까지 하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부정맥은 계속 유지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확인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부정맥의 진단은 대체로 심전도 검사를 통해 이뤄지나, 필요한 경우 24시간 심전도 검사나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가 진단받은 질병은 부정맥 가운데에서도 심방세동이었는데요. 이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처럼 느끼는 빈맥과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발견하거나,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만 느껴 상당 기간 동안 모른 채 방치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질환은 보통 노인층에서 많은데, 70대 이상에서는 100명 가운데 3~5명이, 80대 이상에서는 7~8명이 이에 해당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납니다. 오 교수는 “심방세동 자체가 노화나 다른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노인층이 많아지는 현재의 인구 고령화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부정맥의 경우 원인이 되는 심장의 전깃줄을 찾아 고주파 에너지를 가해 태워 없애는 전극도자 절제술을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부정맥의 경우 원인이 되는 심장의 전깃줄을 찾아 고주파 에너지를 가해 태워 없애는 전극도자 절제술을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평소 등산과 같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무게가 비만 수준도 아니고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기 때문에 김씨는 부정맥에 걸린 것이 의아했습니다. 김씨는 “의사 선생님도 원래 심장의 선천적인 이상이 있거나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 과거에 있었는지 물었다”며 “술은 좀 마셔도 담배도 피우지 않았는데 부정맥에 걸린 것이 이상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정맥은 술이나 카페인의 과다 섭취, 흡연,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족 중에 부정맥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걸릴 위험이 높아집니다. 김씨의 경우에는 가족 중에도 부정맥에 걸린 사람이 없었습니다. 김씨는 “주변에서 술, 담배를 과다하게 하는 이들도 걸리지 않는 질병을 앓게 돼서 사실 무척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부정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정맥의 경우 합병증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김씨의 경우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받았는데요. 대체로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은 약물 치료만으로 심장 박동의 이상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약을 사용해도 부정맥이 다시 재발하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약을 사용하기 어려워 수술 치료 등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김씨는 치료제가 잘 맞아서 부정맥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부정맥을 치료하는 약과 함께 항응고제를 먹고 있는데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피가 혈관 안에서 굳는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먹는 것입니다. 김씨는 “처음에는 와파린을 먹다가 조금만 부딪혀도 멍이 드는 등 여러 불편으로 지금은 아스피린을 처방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에게서 가장 중요한 뇌졸중 예방 치료는 저위험군일 경우에는 아스피린을, 고위험군에서는 와파린을 쓴다”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약물 부작용이 적고 음식과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약들도 많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정맥 가운데에는 간혹 중간에 맥박이 한번씩 뛰지 않는 기외수축인 경우 대개 아무런 해가 없어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김씨가 걸린 심방세동과는 달리 심실 쪽의 전기적 신호가 문제인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방은 우리 몸의 각 조직에 있던 피가 심장으로 들어가는 공간이지만, 심실은 심장에서 각 조직에 피를 내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심실의 문제가 훨씬 치명적인 것입니다. 심실세동이 나타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혈액 순환이 멈추고, 뇌에도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증상이 생긴 지 3~5분만 흘러도 뇌 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약으로 조절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를 합니다. 부정맥의 원인이 되는 심장의 전깃줄을 찾아 고주파 에너지를 가해 제거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이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인 제세동기를 심장 근처에 삽입하는 치료를 합니다. 남 교수는 “앞 가슴 빗장뼈 바로 아래에 4~5㎝ 정도 피부를 절개하고 휴대폰의 60~70%에 해당하는 크기의 제세동기를 삽입한다”며 “제세동기는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감시하고 있다가 빠른 부정맥이 나타나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전기 충격을 심장에 가해 부정맥을 해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실세동에 대한 설명까지 들은 김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몸 안에 전기충격기 같은 기계를 넣어 조절하는 질병이라면 사실 더 두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정맥을 조절하는 약을 먹지만 김씨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최근에도 거의 주말마다 등산을 갑니다. 다만 기온이 낮은 새벽에 산을 오르지는 않습니다. 김씨는 “혹시라도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등산을 가더라도 아내 또는 친구들과 항상 함께 간다”며 “과거에는 산을 오를 때 술을 챙겨가 산에서 한두 잔 정도 마시거나 산에서 내려온 뒤 술자리를 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중에는 헬스클럽을 찾아 걷기 운동도 꾸준히 합니다. 김씨는 “3년 전에 부정맥을 진단받은 뒤 다니던 회사도 명예퇴직을 신청해 그만뒀다”며 “처음에는 심장병이라는 생각에 술자리도 가지 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주로 운동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헬스클럽에서 만난 사람들과 술 대신 차를 마시면서 근육을 강화하는 체조 등을 공유하거나 아내와 함께 산책 또는 등산을 가는 것이 그의 낙이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처음 부정맥을 진단받았을 때만 해도 무척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합병증이 뇌졸중이라는 말에 일도 그만뒀는데 이제는 전과는 다른 삶에 익숙해졌다”며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합병증은 안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디 그의 바람이 꼭 이뤄지기를 기원해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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