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의 2차 감염이 속속 확인되는 등 추가 전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전화번호 등만 알리면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익명검사제’를 실시하겠다고 11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13일까지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최대 고비로 예상하면서, 숨은 환자를 찾아내 추가 전파를 최대한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누적 86명이라고 밝혔지만, 저녁 8시 기준 확진자는 95명으로 9명 늘어난 상태다. 클럽을 직접 방문했다가 감염된 이는 63명, 이들의 가족·지인·동료 등으로 2차 전파 된 이가 23명 등인데 오후에 추가된 확진자 9명의 감염경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전체 클럽 방문자 5517명 가운데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이는 2456명이다. 앞서 10일 24시 기준으로 35명이 신규 확진됐고 22명이 완치됐는데, 신규 환자가 완치자보다 많은 것은 지난 3월12일 이후 60일 만이다.
이날 집계 시각을 전후해서도 코로나19 감염자는 2차 전파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중랑구 17번째 확진자의 직장 동료 7명이 이날 추가로 확진됐다. 이들이 각각 거주하는 서울 강동구와 동작·강서구(2명), 경기 용인시와 수원시(2명)에서 환자가 나온 것이다. 수원시 확진자의 경우엔 가족이 수원시 장안구청 직원으로 확인돼 구청 1층이 폐쇄되기도 했다. 인천시에선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외손자의 80대 할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군의 접촉자 격리시설인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는 이날 3명이 추가로 확진돼 코로나19 환자가 모두 4명으로 늘었다. 이곳에는 이태원 클럽 방문 뒤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군인의 접촉자 71명이 생활하고 있어 추가로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태원 유흥시설이 대부분 5월2~6일 운영됐고, 이때 노출자에서 확진자가 많다. 평균 잠복기를 고려하면 5월7~13일 사이에 발병이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곳을 방문한 분들은 특히 오늘·내일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낮 12시 현재 51명) 서울시는 ‘낙인찍기’를 두려워해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이들을 고려해 익명검사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클럽 방문자의 절반 이상인 3100여명이 아직 연락이 닿지도, 검사를 받지도 않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앞으로 2~3일이 중대 고비”라며 “본인이 원한다면 이름을 비워둔 채 보건소별 번호를 부여하고, 주소와 전화번호만 확인하겠다. 검사비는 무료”라고 밝혔다. 이름이 아닌 ‘용산01’ 등으로 검사를 시행하며, 검사 이후 연락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빼고 나머지는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용산구·용산경찰서·서울지방경찰청은 이태원 인근 기지국 접속자 명단 확보와 관련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는 증상을 냄새를 못 맡거나 음식 맛을 못 느끼는 경우 등으로 확대하고, 감염 고위험군인 요양·정신병원 입원 환자의 진단검사도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경기·인천에 이어 추가적인 발생을 원천봉쇄하려고 클럽·콜라텍 등 유흥시설의 운영을 사실상 금지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지방자치단체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대전·울산시와 경북·경남·충북·충남도는 유흥시설에 5월24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부산시도 시내 주요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검토 중이다. 전날 유흥업소에 무기한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한 서울시는 이날 헌팅포차·감성주점 등 유사 유흥업소에 7대 방역수칙 준수 행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권지담 서혜미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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