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 직고용 등 각종 노동 현안에 관해 정부가 민주노총과 대화 창구를 마련한다면 10월로 예정된 노동자 총파업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밝혔다. 양 위원장은 또 7·3 노동자대회 집회 관련 감염병예방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집행에 응하는 것도 정부와의 대화를 토대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조합원들과 진정 어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인신의 구속을 미뤄둘 필요도,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강행할 필요도 없다”며 “(정부 제안에 따라) 전날이라도 총파업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오는 10월20일로 예정된 노동자 총파업에서 △파견법 폐지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 △기후위기에 따른 일자리 보장 △주택·의료·교육·돌봄 공공성 강화라는 3가지 핵심 의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논의할 대화 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노총의 올 하반기 총파업은 지난해 12월 양경수 위원장이 이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을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16년과 2019년에도 노동자 의제를 전달하는 총파업을 했고 올해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동 의제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대규모 파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양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규모 있고 위협적인 파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이 총파업이나 영장집행과 관련해 이런 조건을 내세운 것은 정부와 여러 현안에서 갈등하면서 사실상 대화 창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노동자대회 전에 국무총리와 만났을 때 민주노총 산별노조 간담회를 요청했고 총리도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전제로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 민주노총을 방역 방해 집단으로 몰아갔고 실질적 논의 창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이 정부와 소통하는 채널이 노동부, 일자리수석, 총리실 세 가지인데 여전히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노동자대회 때 집회를 매개로 한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일찌감치 기정사실화했다며 김부겸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에 관해서도 최근 방정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상담사들과 만났으나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양 위원장은 “건보공단 상담사 직고용의 경우 정부가 당장 조처를 취할 수 있는데도 내부 구성원 갈등을 이유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양 위원장은 영장 집행과 관련해서도 “언젠가는 출두하고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 기간을 언제로 할지는 정부 태도와 연동돼 있다”며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법에 따라 신변 문제를 판단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기자간담회가 열린 오후 12시께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찾아왔지만 조합원들이 막아서면서 그를 구인하지 않고 떠났다. 민주노총은 오는 23일 온라인 대의원대회를 열어 10월 총파업에 대한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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