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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실습생도 노동자’ 법바뀐 지 1년인데…노동부 고위급도 ‘혼선’

등록 2021-10-12 16:18수정 2021-11-03 18:02

[현장에서]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실습생의) 근로자성(노동자성)이 인정되는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잠수 작업을 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정운(18)군이 안타깝게 숨진 지 나흘째인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받은 공통 답변이었다. 만 18살 미만 노동자를 보건상 유해·위험 사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이라면, 홍군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인지가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제166조의 2는 현장실습생도 ‘노동자’로 보고 법 일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해 노동자성은 따질 필요가 없다. 이에 따르면 자격과 경험 등이 없는 사람은 잠수와 같은 업무에 투입돼서는 안됐다.(<한겨레> 10월12일치 10면) 홍군은 해서는 안될 불법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공무원들이 바뀐 법도 모르는 건가, 강한 의구심이 든 까닭이다.

그런데 12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장에서 노동부 고위 공무원도 같은 인식을 보여줬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홍군 사건을 언급하며 “산안법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성희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현재까지 파악해 본 바에 따르면 (홍군을) 노동자로 볼 여지가 있고, 그렇게 되면 산안법 위반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안법의 내용대로라면 “노동자로 볼 여지가 있다”고 답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 봐야 하므로”라고 답해야 했다. 물론 에이(A)4 용지로 44쪽에 달하고, 175조까지 있는 산안법의 모든 조항을 노동부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두 외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홍군의 사망의 원인이 무엇이고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조사해야 하는 노동부가, 홍군이 숨진 지 6일이 됐고, 국정감사까지 진행 중인데 저렇게 답변한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홍군이 현장실습을 했던 요트업체 사업주 역시 해당 조항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동부는 개정 산안법에 따라 현장실습산업체도 일반 기업처럼 예방적 근로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노동부에 업체 명단조차 넘겨주지 않았고, 노동부는 ‘행정력’을 이유로 감독하지 않았다. ‘사업주들이 무서워한다’는 노동부가 홍군과 같은 학생들이 일하는 현장실습업체에 찾아가 산안법 주요 내용을 안내라도 해줬다면 어땠을까.

지난해 2월19일 산안법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때 이재갑 당시 노동부 장관은 말했다. “산안법상 안전보호 관련 주요 규정이 현장실습생에게도 적용되어 현장실습생의 안전도 근로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중략) 노동부는 위원님들께서 오늘 의결해주신 각 법률안이 차질 없이 현장에 안착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역량을 더욱 집중하겠다.” 법이 시행된 이후 1년이 넘도록 역량을 집중한 결과가 과연 이 정도에 불과한 건지 묻고 싶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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