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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감전사’ 하청 노동자 업무…“지난해까지 한전에서 했다”

등록 2022-01-10 16:48수정 2022-01-11 02:33

건설노조 전기분과위 기자회견
한국전력에 ‘노동자와 대화’ 요구

한전 “고인 업무는 처음부터 외주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과 전봇대 개폐기 조작작업을 하다 감전사고를 당해 숨진 협력업체 노동자 김다운씨 유가족 등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 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다운씨 영정에 헌화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과 전봇대 개폐기 조작작업을 하다 감전사고를 당해 숨진 협력업체 노동자 김다운씨 유가족 등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 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다운씨 영정에 헌화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전력공사(한전) 하청 노동자가 홀로 전신주에 올라가 일하던 도중 감전돼 숨진 사고가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사고 원인이 된 업무를 지난해까지 한전이 맡았다가 외주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작업 현장에 2인1조와 활선차(전기가 통하지 않고, 굴절식 크레인을 장착한 전선 관리용 차량) 배치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실상 안전 관리 감독 의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겼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1월 전봇대 개폐기 조작 등 업무를 하다 특고압 전선에 감전돼 숨진 김다운(38)씨 사고와 관련해 “김다운씨가 했던 작업은 최근까지 한국전력 소속 전기 노동자가 하던 일”이라며 “한전이 할 때는 적정한 작업시간을 갖고 활선차량을 동원해 2인1조를 할 수 있었으나 하청으로 떠밀리면서 하청의 이윤 논리와 한전의 관리 감독 부실로 장비가 동원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전봇대 회로차단 전원 스위치(COS)를 투입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원래는 한전 직원이 하던 업무였으나 지난해 4월부터 민간업체에 맡겼다는 것이다.

엄인수 건설노조 강원전기지부장은 “(나도) 15년 동안 일하면서 이전까지 회로 스위치 투입 업무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고 한전이 협력업체에 시공을 지시한 통보서도 없었다”며 “그 업무는 공사를 다 마친 고객이 한전에 요청하면 한전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던 것인데, 지난해 4월부터 협력업체로 (업무가) 넘어왔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은 “지난해 1월 한전이 하던 스위치 투입 업무를 외주화한 것은 맞다”면서도 “신규 고객에 한해 민간업체에 맡기던 것을 기존 전봇대 유지·보수에도 확대한 것이며, 김다운씨 사고는 신규 송전 공사여서 처음부터 외주화 대상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외주화 비중이 큰 한전이 직접 할 수 있는 일마저 외주화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전기공사업법상 직접공사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연간 28만건 공사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하루 1000건이 넘는 공사가 이루어지는 셈인데, 소규모 업체가 많다 보니 대개 안전 관리 역량이 떨어진다. 건설노조는 “직원이 13명이라고 해 입찰을 따내지만 실상은 ‘장롱면허’자가 대부분이고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3∼4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전도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전기공사업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영세 소규모 전기공사업체가 급증했고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해 일부 현장에서는 표준공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전은 자사가 각 현장의 안전 관리 책임을 지는 ‘도급인’이 아니라 ‘발주처’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 감독 의무에 대해선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건설노조는 지금의 구조대로면 한전의 협력업체 관리 감독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전기 노동자들과 안전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전은 협력업체 경영진과 소통하는 협의체는 있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들과는 직접 대화하지 않는다. 한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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