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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6일째…택배노조 대화 요구, 회사는 거부

등록 2022-02-15 16:34수정 2022-02-15 22:01

택배노조-CJ대한통운 ‘강대강 대치’ 왜?
과로사 방지 사회적합의 이행 ‘이견’
분류인력 투입·부속합의서 쟁점
노조 대화 요구하지만 회사는 거부
민주노총 택배노조 씨제이대한통운본부 파업 50일째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택배노조 씨제이대한통운본부 파업 50일째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씨제이(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 6일, 파업 50일차에 접어든 가운데 회사 쪽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관련해, 노조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회사는 노조의 주장이 무리하다고 맞받는다.

사회적 합의의 핵심 내용은 택배기사들의 주당 노동시간을 60시간 이내로 줄이고,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의 업무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었다. 분류작업은 택배 간선차량이 각 지역 터미널에 내려놓은 물건을 각 구역별 택배기사가 배송할 수 있도록 분류하는 작업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이 작업은 화물배송업무에 포함되지 않지만, 택배기사에게 온전히 맡겨지고 장시간 노동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올해 1월1일부터는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서 배제됐어야 한다. 택배사들은 분류작업에 별도인력을 투입하고 “현장여건상 분류인력 투입이 현저히 비효율적인 경우 등 불가피할 때”만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 투입하되, 택배기사에게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가 분류인력을 제대로 투입하고 있지 않음을 문제삼고 있다. 회사는 “사회적 합의가 모든 터미널에 분류인력을 배치하라는 것이 아니고, 배치 못하면 비용을 지급하면 되는 일”이라며 “이미 국토부에서 합의 이행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는데도 노조가 문제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전체 터미널 가운데 분류인력을 배치하는 곳과 분류비용을 지급하는 곳 각각의 비율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물류터미널 25곳을 점검해 ‘양호’라고 평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곳에 불과했고, 분류인력이 투입됐지만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한 곳은 절반 수준인 12곳, 분류비용만 지급하는 곳은 6곳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호’는 수우미양가 중에 ‘미’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앞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점검결과 발표 때 이미 밝힌 바 있다”며 “미비점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점검해 개선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계약서·부속합의서’ 조항도 쟁점이 된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국토부는 각 택배사업자들의 표준계약서를 만든 뒤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노조는 씨제이대한통운의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에 ‘주6일 근무’와 ‘당일배송 원칙’이 명문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문제삼는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장시간노동을 근절해야 함에도, 주6일 근무·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면 현장 택배노동자의 장시간노동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부속합의서의 원문인 표준계약서에 주 60시간 이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택배사 가운데 표준계약서·부속합의서 등에 ‘주6일 근무’를 명기한 곳은 씨제이대한통운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대리점과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토요일에 배송을 거부하는 ‘토요휴무 투쟁’을 활용해왔는데, 택배노조 조합원 숫자가 비교적 많은 씨제이대한통운만 이를 막기 위해 주6일 근무를 명문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과 점거투쟁 이전부터 양쪽은 지리한 공방을 벌여왔다. 공방의 소재가 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합의’ 이행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검증의 영역에 해당하지만, 양쪽은 각자의 주장을 언론 등에 호소할 뿐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씨제이대한통운에게 택배노조와 교섭할 것을 시정명령하기도 했지만, 회사 쪽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을 근거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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