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노동자가 빠져 숨진 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도금 포트. 고인은 사진 오른쪽에 쪼그려 앉아 작업하다 포트에 빠져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제공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도금작업에 투입됐던 노동자가 고온의 도금 설비(포트)에 빠져 숨진 노동자가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무방비로 작업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대제철은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노동자에게 일을 맡겼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만 두번 근로감독을 실시하고도 해당 현장의 위험성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한겨레>가 입수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전날 숨진 ㅊ(58)씨는 아연을 485℃의 온도로 녹이는 도금 포트 바로 앞에 쪼그려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발은 포트 바깥 쪽에 딛고 있지만, 긴 막대기를 들고 힘을 주어 도금 포트 안을 내리 찍는 듯한 동작을 반복하며 상체가 포트 쪽으로 쏠려 있었다. ㅊ씨는 일순간 무게중심을 잃고 도금 포트에 빠졌다. 사고현장 근처에는 ‘위험/포트 실족’이라는 안내문이 커다랗게 붙어있었지만, 영상에는 ㅊ씨가 포트에 빠지지 않게 막아줄 수 있는 안전난간 등의 장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당진제철소는 지난해만 두 번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이 이뤄졌지만 해당 작업의 위험성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노동부는 당진제철소와 본사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고, 10월에도 당진제철소에 대한 기획감독이 이어졌다. 하지만 해당 공정은 적발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감독 당시에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작업의 위험성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 현장에 안전난간이 설치는 돼있지만 , 작업할 때는 치우고 작업했다는 것이다 . 노동부는 전날 저녁 동일한 위험요인이 있는 도금 포트 6곳에 대해 추가 작업중지 조처를 했다 .
더욱이 현대제철에서 ‘쇳물’에 빠져 숨진 사례는 이미 두차례 더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의원(정의당)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2011~2021년 현대제철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5년 2월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제강공장에서 쇳물 찌꺼기를 제거하던 노동자가 쇳물에 빠져 숨졌고, 2020년 포항공장에서도 방열덮개 수리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쇳물에 빠져 숨졌다. 위험요인으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특별근로감독 이후 당진·인천·순천·포항 등의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당진제철소장으로 임명하고, 본사에 30여명의 안전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장이 안전보건총괄책임자임을 들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로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입건된 기업 ‘경영책임자’ 6명은 모두 대표이사였고,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입건된 사례는 없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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