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에서 고 정순규 산재사망 노동자의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은 2021년 한 해 동안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연합뉴스
현대건설이 올해 최악의 산업 재해 사망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현대건설에선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 최악의 산재 사망 기업’으로 현대건설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캠페인단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의 ‘2021년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2명 이상 발생기업’ 자료를 토대로, 원청과 하청기업 산업재해 사고 통계를 집계해 이렇게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도 산재 통계를 집계하곤 있지만, 원청과 하청 산재를 따로 분류하는데다 연말에야 전년도 산재 현황을 공개하기 때문에 시일이 오래 걸린다.
지난해 현대건설에선 하청 노동자 6명이 사고로 숨졌다. 사고 유형을 보면, 노동자들은 환기구 작업 도중 지하로 추락하거나 철제빔 설치작업 중 넘어진 빔에 끼여 숨졌다. 또 굴착면 하부에서 쓰레기 청소를 하던 중 부석에 맞거나 터 파기 현장에 앉아 있다가 굴착기 버킷에 부딪혀 숨지기도 했다. 천장 콘크리트 커팅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콘크리트 부석에 맞아 숨지거나, 작업을 하러 들어간 노동자가 지상 1층 리프트 출입구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앞서 2007년과 2012년, 2015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벌였을 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노동자를 배제한 채 안전 관련 의견 청취를 하는 등 구조적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지적된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밝혔으나,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도 254건의 안전조처 의무 위반을 지적 받았다.
현대산업개발·경총은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
두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은 식품첨가물 제조기업인 ㈜대평이었다. 지난해 8월 경북 상주 공장에서 화학 원료성분 추출 작업을 하던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대우건설과 태영건설에선 하청노동자 4명이 협착, 깔림, 질식 등으로 숨졌고, 현대중공업과 에스케이 티엔에스(SK TNS), ㈜한양, 이일산업, 에스앤아이(S&I)건설 등 5개 회사에서도 각각 노동자 3명이 숨졌다. 1∼4위에 위치한 9개 기업에서 숨진 노동자는 모두 34명으로, 이 가운데 27명(79.4%)이 하청 노동자였다.
캠페인단은 “올해 살인기업 1∼3위를 차지한 4개 기업 가운데 3개사는 이미 과거에도 살인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곳들이다”며 “노동자 안전 문제를 대하는 기업의 인식과 태도가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사고사망자 2명 이상 발생 기업 39개사 가운데 26개사가 건설 업종에 해당한다. 이에 노동계가 (건설노동자 안전 확보 의무를 담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산재는 아니지만 광주 학동 건물 철거 붕괴사고로 시민 17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산업개발은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해 1월에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물 외벽 붕괴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 역시 시공사가 현대산업개발이었다. 캠페인단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기업 부담’을 강조하며 법 흔들기를 시도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도 “산업재해 문제를 타협 가능한 비용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특별상을 수여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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