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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1㎥ 감옥투쟁 ‘하청’ 절규에도…대우조선·대주주 산은 ‘모르쇠’

등록 2022-07-10 22:21수정 2022-07-19 16:45

거제 조선소 하청노조 파업 39일째
임금 30% 인상·1년 단위 계약 등 요구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고용불안 지속

‘실질 노동조건 좌우’ 원청 대화 뒷짐
“적자 지속…요구 수용 여력 없다”
최대주주 산은, 정부·여당도 ‘불구경’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진정 조선소 미래를 걱정하신다면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유지되는 하청 구조는 옳은 일입니까. 우리가 무너지면 전국의 조선소 비정규직에게 희망이 없습니다. 저는 옳은 일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원유 운반선 안 가로·세로·높이 1m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입구를 막고 투쟁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 부지회장의 쉰 목소리가 지난 8일 조선소 남문 쪽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민주노총 조합원 등 5천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조선소 하청 노동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연 자리였다. 이날 옥포조선소 서문 쪽에선 관리직 3천여명이 “거통고지회 점거로 선박 진수도 못 하고 구성원만 죽어간다”며 ‘대우조선해양 정상 조업을 위한 총궐기 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이 조선소 안에 설치한 거통고지회의 천막을 철거하려 하면서 물리적인 충돌도 빚어졌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500여명이 지난달 2일부터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10일까지 39일째 목숨을 담보로 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생산이 지연되면서 노노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지만,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 주주 한국산업은행(정부 100% 지분 보유), 정부와 여당은 사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 8일 조선소 하청 노동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남문에서 서문으로 행진하는 동안 유최안 부지회장이 스스로를 가둔 철제 구조물 안에서 연대를 호소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방준호 기자
지난 8일 조선소 하청 노동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남문에서 서문으로 행진하는 동안 유최안 부지회장이 스스로를 가둔 철제 구조물 안에서 연대를 호소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방준호 기자

10일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은 <한겨레>에 “그동안 대우조선해양과 대화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지난 7월 초 거통고지회와 조합원이 소속된 협력사, 대우조선해양과 정규직노조 등과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은 자사가 아닌 협력업체가 고용했으므로 노사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사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이 대화에 임하지 않는 것은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조선업을 지탱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이 배 진수(공정을 마친 선박을 도크에서 안벽으로 옮기는 과정)를 막아선 강도 높은 파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이후 조선사 간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 절감을 위한 사내 하도급이 고착화됐고, 하청노동자들은 같은 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들에 견줘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2014~2016년 조선업에 불황이 닥치자 하청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대거 잃었고, 노동력 부족분은 남은 이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메워졌다. 불황 탈출구가 열린 2019년 이후에도 기본급이 낮은 임금 체계가 개선되지 않은데다 지난해 노조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문제 해결 요구가 파업으로 터져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30% 인상, 일당제 노동자 고용계약 최소 1년 단위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불황 시기 삭감되거나 기본급과 합쳐진 상여금 550%를 돌려받고, 고용 불안을 개선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나은 육상플랜트(석유·가스 추출 등에 필요한 설비시설)로 노동력이 빠져나가면서 심화된 인력난도 해결하자는 취지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이 협력업체에 책정하는 기성금 자체가 늘어야 수용 가능한 요구다.

대우조선해양 쪽은 적자가 지속되고 원자재값도 급등해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1조7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부채 비율도 올해 1분기 말 523%”라며 “하청노동자 98%에 대해 5~7.2%의 임금 인상을 해 하청 단가를 더 인상해줄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최대 주주이자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산업은행 쪽도 “노사 간 이슈에 중재 등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기간산업에서 벌어진 작업장 점거 같은 불법행위를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6일 금속노조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금속노조 20만 조합원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극단의 평행선을 긋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해결에 정부와 여당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우조선 사태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 대책이 필요하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손 놓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면서 생기는 문제를 살피지 않고 민생을 다룬다는 건 허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 10여명은 오는 1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현장을 찾아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전슬기 sgjun@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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