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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대표 대신 안전책임자 처벌’ 가능케…중대재해법 흔드는 기재부

등록 2022-09-01 22:40수정 2022-09-01 23:14

국회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 속 개정방안
‘세계 산업재해 사망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무력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세계 산업재해 사망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무력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방안의 토대가 되는 자체 연구용역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 관련 내용이 시행령 개정방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고서에서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 개정방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법제 체계와 그 실효성 제고방안’ 보고서는 중대재해법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쟁점을 검토하면서, 법률과 시행령의 개정방안을 각 조문별로 언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는 법률 개정방안에 포함돼 있다. 애초 기재부 쪽은 해당 내용이 시행령 개정 방안에 포함됐는지에 대해 “법리적인 것은 따져봐야 하지만, 연구자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아 종사자가 숨지는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도 경영책임자로 봐야 한다”며 해당 내용을 시행령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을 두고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앞세워 대표이사 처벌을 회피하려는 것’ ‘법률상 위임규정이 없는데도 시행령에 포함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보고서는 중대재해법의 ‘경영책임자’ 정의를 “사업 내 조직, 인력, 예산에 관해 최종적 결정권한을 가지고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 다만 산업안전 관련 조직, 인력, 예산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이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본다”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구체적인 경영책임자 판단지표를 세부적으로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 혹은 지침 등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안전보건최고책임자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다’는 전제가 있지만, 경영계의 주장처럼 대표이사 대신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시행령에 ‘안전경영체계 인증’ 관련 조항을 신설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등 공인된 안전경영체계구축 인정을 받은 경우”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의 의무로 규정된 ‘업무절차’를 이행한 것으로 보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안전보건공단이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 경영체계 확보를 위해 도입한 인증절차다. 만약 이 인증을 받을 경우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련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련 예산 편성 △안전보건관련 인력에 대한 권한·예산 배정 △안전보건 관련 인력의 배치 등의 절차를 이행한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같은 인증을 받은 기업들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가 빈발했다는 점을 들어, ‘인증 완료’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으로 인정하는 방안에 반대해왔다.

기재부는 그동안 국회의 거듭된 연구용역 보고서 제출 요구에도 “노동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하다가, 이날 오후에서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해당 보고서를 노동부에 요약본 형태로 전달했으나, 이달 초 노동부가 발표할 시행령 개정안에는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와 안전보건인증 등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동부가 해당 내용을 시행령에 담는 것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고안전보건책임자와 안전보건인증 등이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포함되는 것이) 중대재해법의 입법 취지와 (법률의) 위임범위에 부합하는지는 여러분들이 합리적 관점에서 판단 가능하리라고 본다”며 관련 내용이 시행령에 포함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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