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과 관련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및 3개 품목 확대’(3+3) 등 기존 입장을 접고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한 배경에는, 정책 연장 없이 20여일 뒤 안전운임제가 종료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놓여 있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과 전날까지 물밑 협상을 벌이고도 이날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정부는 이날도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타협 없이 연일 강공책을 펴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안전운임제 대상 품목 확대 없는 기간 연장안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이 이달 말 코앞으로 닥쳐오자 여야 정치권은 애초 이견을 줄여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 장기화와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화물연대 투쟁 동력이 떨어지자, 야권이 ‘고육책’으로 정부·여당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민주당 쪽은 그간 ‘3+3’을 주장했지만, 이날 오전엔 민주당 국토교통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품목 확대를 위한 국토위 산하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전제로 3년 연장 안을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의당 국토위원인 심상정 의원도 물밑에서 여당 의원들을 만나 이런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당은 이날 ‘업무 복귀 없이 대화는 없다’며 노-정 갈등 해소의 출구를 막아버렸다. 당정의 기존 결정조차 원점으로 돌린 것으로, 대통령실이 ‘원칙론’을 강조하며 강경 드라이브를 걸자 박자를 맞췄다는 게 야권의 해석이다. 국민의힘은 “어떤 안건이든 우리는 업무 복귀를 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말했다”고 반박했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입장은 분명하다. 먼저 업무 복귀를 한 다음에야 법안을 논의할 수 있다. (3년 연장안도) 원점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한겨레>에 “어제 원칙적으로 (여당과) 공감대를 이뤘지만, 대통령실의 반대로 ‘선복귀’ 주장만 계속하고 있어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끝내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대치를 이어갈 경우, 9일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을 위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계획이다.
민주당 쪽과 논의하며 탈출구를 모색하던 화물연대는 민주당 쪽이 합의되지 않은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저녁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파업 지속 여부를 9일 조합원 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막기 위하여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정부와 여당 역시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했던 안전운임 3년 연장 약속이나마 지키고, 국회는 안전운임제도가 일몰되기 전에 3년 연장 법안을 조속히 입법”해달라고 덧붙였다.
파업 지속 및 철회 여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충북지역에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운행하는 한 화물기사는 “이제 와 멈출 수도 없다. 민주당이 정부 제시안을 수용한 건 우리 생명줄 가지고 정치 싸움을 하는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인천에서 컨테이너 화물차를 모는 박아무개씨는 “정부가 협상은 하지 않고 협박만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어떻게 파업을 그만두겠나”라며 “이렇게 파업을 해도 (품목 확대를) 안 받아주는데 현장으로 돌아가면 더욱 받아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협상을 외면한 정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와는 별개로 현실적으론 복귀 쪽으로 투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지역의 한 60대 조합원은 “회사도 압박 들어오지, 할부금 부어야지, 생활비 들지…일하는 수밖에 없다. 주머니에 돈 쌓아놓은 것도 아니고 아까도 동료들이랑 대출 알아보자고 했다”며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종휘
symbio@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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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gwookl@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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