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ILO)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 본부(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 대응에 대해 지난 2일 ‘개입’ 결정을 한 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 규범을 위반해서 국제적 문제가 되는 듯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4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힌 데 이어, 국제기구의 권위를 폄훼한 발언이다.
한국의 이런 태도에 대해 국제운수노조연맹이 “외교적 실례이자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밝히는 등 국내외 노동계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8일 주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의 긴급개입절차는 노사단체가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에게 특정 사안에 개입을 요청할 경우, 사무총장이 해당 정부에 의견을 묻는 절차에 불과하다”며 “(국제사회에서) 법적 구속력도 없고, (뒤따르는) 권고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의 ‘개입’ 공문을 들여다보면, 형식 논리에 매몰된 주 대표의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우선 국제노동기구가 보낸 공문의 제목부터가 ‘의견조회’가 아니라 ‘개입’이다.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의 개입은, 회원국 노동조합 등이 정부의 협약 위반과 같은 사유로 권리를 침해받았을 경우에 국제노동기구에 긴급한 조처를 요청하는 절차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노조에서도 자주 개입을 요청하는데, 이번 개입은 요청한 지 나흘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공문의 내용을 살펴봐도 이번 개입을 의견조회, 즉 한국 정부에 대한 ‘질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제노동기구는 공문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파업권을 침해한다”는 공공운수노조의 개입요청 사실을 확인한 뒤, 2012년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화물기사에 단체교섭권을 포함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한 것을 “주목하라”고 밝혔다. 이어 “파업권은 노동자와 그들의 조직(노동조합)이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증진하고 지킬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이라며 파업권 보장 필요성을 덧붙였다.
파업노동자에 대한 업무복귀명령과 관련해서도 “국제노동기구 감독기구는 운송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복귀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하고, 평화적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형사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명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두고 “감독기구의 기존 판단을 참고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내용에 대해 ‘감독기구’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를 “단순 참고 목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루완 수바싱게 국제운수노조연맹 법률국장은 이날 <한겨레>에 “감독기구 판단과 차이가 있어도 개입은 외교적으로 상당히 중요하고, 이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외교적 실례이자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도 “개입이나 감독절차 모두 국제노동기구가 안내하는 권위 있는 절차”라며 “지키지 않고 무시해도 되는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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