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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회적 대화’ 패싱하고…윤 정부, 노동 개혁 드라이브 건다

등록 2023-01-09 17:42수정 2023-01-10 02:10

고용노동부 2023년 업무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부패 척결’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노동계와의 사회적 대화를 배제하는 내용의 새해 노동정책을 내놨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연구회나 자문단 등의 기구에 전문가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노동계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겠다는 것이어서 올해 노-정 갈등이 극대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노동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노동부는 윤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관련해 이달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을 구성해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노동 현장 불법 근절, 노사 대등성 확보 등을 논의한다고 보고했다. 또 파견제도 관련 법·제도 개선과 노조설립, 단체교섭 등 제도 전반의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연구회를 구성해 상반기 중 정부안을 마련키로 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7월 첫 업무보고 땐 임금체계·근로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과제는 경사노위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위원회는 노-사-정 3자 기구인 경사노위에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반면 자문단이나 연구회는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는 전문가를 위촉한 뒤 사용자 쪽에 치우친 개편안을 의제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을 내놓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노동계에서 “사실상 정부 국정과제를 하청받아 합리화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사노위는 대화기구인데, 연구회나 자문단 구성은 기존의 경사노위 성격을 비껴가는 우회의 방식”이라며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을 전제하고 대화의 의미가 없을 정도 수준으로 자문단이나 연구회를 구성한다면, 전문가도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지난 8일 사전 브리핑에서 “노동시장의 외부적 환경이 급박하고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굉장히 높아서 일정에 맞춰 추진을 해야 한다”며 “결론을 빨리 내고 가는 식으로 시급성·절박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강행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선 말씀 드리기 어렵다. 합의가 되고 의견이 모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동개혁 과정에서 노동계의 참여와 의제 설정은 고려치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가 추진하는 파견제도 선진화나 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 등 노동개혁 과제는 주로 경영계 요구사항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경영학)는 “노동개혁은 갈등도 많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영역인데, 노동조합을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아 사회적 대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며 “노동계나 사용자 쪽이 빠지게 되면 전문가들이 가진 개인 성향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공정성 확보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그랬듯 경사노위 내에 자문회 등을 두고 보수적인 학자 중심으로 형식적으로 몇 번 회의를 거친 뒤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일방적 개혁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사회적 대화에선 어떤 위원회든 자문회든 노동계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발표한 자문단이나 연구회 등과 관련해선 사전에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며 “한국노총은 경사노위를 반노동 정책 일방 추진을 위한 기구로 활용하려는 사회적 대화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재벌 대기업과 경영계의 오랜 숙원을 민원 처리하듯 앞장서서 개악에 나서는 것은 앞으로 맞닥뜨릴 산업전환과 이에 대한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준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짚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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