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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2030 또 만났지만…“근로자 건강·휴식 보장” 되풀이한 장관

등록 2023-03-16 18:56수정 2023-03-16 19:38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주 69시간제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주 69시간제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제도개편’(제도개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2030 자문단’을 만났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도개편 재검토와 함께 “엠제트(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인데, 이날 이 장관의 발언은 제도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포괄임금 금지가 아닌 오·남용 감독을 강조하는 등 그동안 설명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16일 이정식 장관은 청년들로 구성된 2030 자문단을 만나 “(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각계각층 의견을 겸허히 들어 제도개편 취지가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인식과 관행의 변화도 최대한 유도할 수 있는 보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2030 자문단은 청년의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 제언을 듣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만든 기구로, 이날 간담회에는 대학생, 직장인, 스타트업 대표, 전문직 등 12명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전날 엠제트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 정보기술(IT) 기업 청년근로자·인사담당자 등 대통령 지시 이후 2030 세대 노동자만 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참석한 2030 자문단원들은 “몰아서 일한 만큼 제대로 쉴 수 있는 제도가 엄격하게 시행될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게 우선이다” “연차휴가 활성화를 위해 대국민 휴가 사용 캠페인 홍보뿐만 아니라 대체인력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등 제도 보완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노사합의로 근로시간 결정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에 공감”한다거나, “주 64시간, 69시간 근무가 상시적인 경우는 아니므로, ‘가상근무표’를 제작하는 등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홍보 방안이 필요하다”며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홍보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이정식 장관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일하는 시간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면서도 여전히 연장근로 유연화 등 제도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70년간 유지해 온 획일적‧경직적 제도로는 일하는 방식 다양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고,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개편안은 근로자의 시간 주권을 보장하면서,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의 조화를 통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과 기업의 활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한 보상을 회피하는 포괄임금 등 불법‧부당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도 마련하겠다”며 “정부는 사상 최초의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감독과 온라인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포괄임금제 ‘금지’가 아닌 포괄임금제 오·남용 감독 대책만 강조한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초과근로수당 등을 사전에 미리 정해두고 기본급과 함께 지급하는 제도다. 애초 근로시간 계산이 어려운 업종에서만 활용할 수 있으나 실제 노동 현장에는 근로시간 계산이 어렵지 않은 제조업 생산직에까지 만연한 상태다. 오·남용을 감독해 체불된 수당을 지급하게 하는 정도로 뿌리 뽑기 어려운 만큼 이를 금지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있지만 정부는 포괄임금제 금지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장관과 2030 자문단은 지난해 12월 16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연장근로 제도개편을 핵심 내용으로 한 권고문을 낸 뒤에도 ‘호프 미팅’을 한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낸 보도자료에 담긴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연장근로 유연화에 대한 의견은 담기지 않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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