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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취약 노조 교섭마다 ‘불법’ 딱지…“노동시장 격차 해소 날개 꺾인다”

등록 2023-05-30 05:00수정 2023-05-30 07:43

배제 당하는 취약 노조의 초기업 교섭
윤석열 대통령이 2월21일 제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건설노조의 ‘폭력과 불법행위’를 지적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월21일 제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건설노조의 ‘폭력과 불법행위’를 지적했다. 대통령실 제공.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의 불법 파업이 장기화되면서….”(2022년 7월19일 32회 국무회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 사태가 끝났습니다.”(2022년 12월13일 55회 국무회의)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2023년 2월21일 8회 국무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도중 ‘법치’의 대상으로 언급한 노동조합이 조선 하청, 화물 연대, 건설노조다. 이들은 원하청, 불안정한 고용 구조 속에 기업 단위를 뛰어넘어 다양한 방식의 ‘초기업 교섭’을 시도해온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교섭과 단체협약은 일종의 표준임금을 정해 결국 조합원·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에서 노동자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원·하청 기업의 공정한 관계를 요구하는 정책 참여도 활발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라도 지금껏 이들이 만들어 온 노조 활동을 살펴보고 활성화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기업을 넘어 산업, 직종, 지역별로 모인 노동자 집단과 사용자 집단이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초기업 교섭이 노동 시장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주로 유럽 국가들의 경험이나 실증적 분석으로 입증된 ‘상식’에 가깝다. 지난해 10월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이 사업체-노동자 연계패널 자료를 만들어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4~2019년 초기업 교섭은 기업단위 교섭에 견줘 하위 10% 임금을 5.8% 올리고, 상위 10% 임금은 4.8%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초기업 교섭의 불평등 완화 효과가 숫자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노동자들이 만들어 온 새로운 교섭 방식은 기업 단위에서 실질적인 사용자와 대등한 협상을 하기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며 “게다가 기업을 뛰어넘는 교섭 형태로 하후상박, 연대임금 등에 기초해 산업, 업종, 지역, 직능 수준별로 표준적인 임금을 형성하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노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정부의 노동정책이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취약 노동자 문제를 푸는 방식은 현재까지 근로감독 강화나 인센티브 제공 정도로 보이는데, 이들 방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행정적 여력이나 노사 관계의 복잡성 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며 “노사가 주체로서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구조를 이중구조 해소에 활용하지 않는 것은 날개 하나를 일부러 꺾고 가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노사 교섭을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가 산업 질서에 끼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서구나 이전 우리나라 초기업 교섭 사례에서 사용자 단체가 테이블에 나온 건 노동조건의 틀이 정해져야 꾸준한 인력 공급 등 안정적인 경영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었다”며 “정부가 노조와 갈등하며 교섭 구조가 무너지면 사용자들은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산업 전체가 불안정해진다”고 짚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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