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부실시공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한 뒤 불법건설현장을 부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가 발주한 15개 아파트 단지도 필요한 철근을 빠뜨리고 지어진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불법 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주어진 일을 빠르게 해치우는 방식이 만연한 건설 현장을 숙련노동을 바탕으로 한 품질 경쟁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부실시공 엘에이치(LH) 책임자 처벌, 국토교통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무조건적 물량 죽이기(비용만 고려해 대충 일을 해치우는 것)가 나타나는 불법 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이 (철근누락 아파트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짚었다. 건설현장에서 공사 발주자는 종합건설업체(원청)에 일을 맡기고, 원청은 다시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여기서 다시 다른 업체에 도급을 맡기는 다단계 불법 하도급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하도급이 반복될수록 공사비는 줄고, 업체들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인건비와 공사 기간을 쥐어짠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법을 지키지 않아 가면서 공기(공사 기간)를 최대한 줄여서 현장 유지 관리비를 줄이는 것이 건설회사가 이익을 남기는 구조”라며 “그러다 보니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성행하고, 여러 작업팀 간 경쟁을 부추겨 작업을 빨리 마무리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 탓에 고용신분이 불안정한 이주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작업 공정도 부실해진다는 게 건설노조 쪽 주장이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무리한 속도전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신변상 불안정성을 악용하게 하고, 초착취에 내몰아 장시간 중노동으로 ‘무조건적 물량 죽이기’를 낳는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문제 해결 대안으로 “건설 발주자가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사기한을 보장하도록 하고, 숙련공 양성을 위한 건설 기능인 등급제(숙련도에 따라 적정 처우를 하자는 취지의 제도)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하도급을 막고 숙련 노동자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이런 대책은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2020~2024년)’ 등 앞서 정부도 수차례 언급한 대안이지만, 현재 시범 사업 단계에 머물거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