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일터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지난해와 견줘 줄었으나, 50인(억) 이상 건설업에선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0억∼800억 미만의 아파트 등 건축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늘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 기간 단축 압박 등 영향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가 30일 발표한 ‘2023년 6월 말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6월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289명(284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산재 사고사망자(318명·301건)보다 29명(9.1%) 감소한 수치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 산재 사고사망자는 지난해 152명에서 올해 147명으로 줄었고, 제조업에서도 지난해 100명에서 올해 81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규모별로 봐도 올해 50인(수주금액 50억원) 미만, 50인(억) 이상 사업장에서 각각 179명, 110명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197명, 121명)에 견줘 줄어든 수치다.
다만 50인(억) 이상 건설업 현장에선 재해 사고사망자가 되레 늘었다. 올해 상반기 사고사망자는 57명으로, 지난해(50명)보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50인(억) 이상 건설업 현장 중에서도 아파트 등 건설 공사가 몰린 120억∼800억원 미만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태호 노동부 산재예방정책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120억~800억원 공사현장 다수는 건축 분야라 재해 가능성이 큰 데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 기간(공기) 압박에도 크게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00억원 이상 공사의 경우 토목이나 플랜트가 많은데, 사고사망자는 줄었다.
120억∼800억원 미만의 이른바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늘어남에도 사업주를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처벌하긴 쉽잖다. 인명 피해를 낸 뒤 기소된 대기업 건설사는 한 곳도 없다. 최 정책관은 “중소 건설사에선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많아서 수사가 빨리 진행된다”며 “반면 대기업의 경우 이런 기본 체계는 구축돼 있고 대형로펌들의 방어로 수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라 추진해온 위험성 평가는 건설업 사망사고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한 뒤 적절한 조치를 마련, 실행하는 시스템이다. 최 정책관은 “건설업은 매일 작업이나 공정이 바뀌는 환경이라 유해·위험 요인도 바뀐다. 건설업에 위험성 평가를 도입해도 (사망사고 감소로) 진전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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