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부당성 제기 및 손해배상 폭탄 금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사용자 개념을 넓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 사업주에도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에 동의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공개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자 71.9%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노조법 2조 개정안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파업에 대한 회사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일명 ‘노란봉투법’으로도 불린다.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해선 안 된다’는 응답(44.4%)이 ‘행사해야 한다’는 답변(20.6%)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윤 대통령은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할 경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도 높게 나타났다. 현 정부의 노사관계 대응에 대해 응답자 59.6%가 ‘노동자에게 가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사용자에게 가혹하다’고 한 응답자는 10.6%에 그쳤다. 10명 중 8명(79.0%)은 현 정부가 노동·일자리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연민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이번 설문 결과에 대해 “하청, 재하청, 심지어 정확하게 세기 어려울 정도의 다단계 하청으로 이어지는 굴레 속에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 물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며 “(설문 결과는) 우리 사회 노동 현실에서 원청이 갖는 지배력이 크지만, 그에 상응하는 노동법적 책임은 피해가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난 6월 30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상태다. 여야는 지난 8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었지만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9월 정기국회로 처리를 미뤘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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