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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란봉투법 법리적 문제 없어…노사 갈등 감소에도 기여할 것”

등록 2023-11-09 06:00수정 2023-11-09 16:57

노동법 전문가 16명의 답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관련 농성장에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관련 농성장에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노란봉투법을 두고 8일 거듭 “헌법과 민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한겨레가 노동법 전문가 17명의 의견을 들어보니 1명을 뺀 16명이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쌓인 판례와 재산권과 노동3권의 성격 등을 간과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미칠 영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는 원·하청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벌어질 단기적 혼란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론 ‘자율적인 교섭’이라는 정상적 노사 관계가 자리잡아 갈등이 줄어들 거라고 봤다.

한겨레가 지난달 30일부터 8일까지 국내 노동법 전문가 17명한테 노란봉투법 관련 쟁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16명은 이 법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이 헌법 등 기존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정부와 여당, 경영계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결과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도 “노조법 개정안이 법 위배 소지가 크고 산업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며 본회의 상정 시도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한겨레가 의견을 물은 노동법 전문가 17명은 법학전문대학원(법과대) 교수가 14명,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위원이 1명이고, 2명은 소속을 밝히길 원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익명을 요구했다. 이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노란봉투법을 법률 원리와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고 교섭 의무를 지우는 노조법 2조에 대해 “기존 판례 법리와 노동법 이론 등을 종합하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 “판례의 법리를 입법화한 것”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노란봉투법 내용 자체가 이미 사법부에서 확립된 법리를 입법화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국제 기준에 비춰봐도 마찬가지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법학과)는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및 연방대법원, 일본 중앙노동위원회 및 최고재판소도 이미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과 비슷하게 산별노조 등이 활성화하지 않아 노사 관계가 비슷한 형태를 띄는 일본, 미국조차 해당 법리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노조 쟁의행위를 이유로 사용자 등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때 모두한테 공동의 책임을 지우는 대신 개별 가담자의 배상 범위를 특정하도록 한 노조법 3조 개정안에도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는 ‘재산권’이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권리라는 헌법 해석이 바탕이 됐다. 정영훈 교수는 “통상적인 자유권과 달리 재산권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돼야 하며,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말했다. 노동 3권의 제한, 손배 청구 대상이 된 개인의 고통 등 공공 복리를 훼손하는 재산권 남용을 막기 위해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임종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근로자 쪽의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노조법 3조 개정이 ‘단체행동권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는 주장에 동의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이 산업·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과도한 기대도 과장된 공포도 경계했다. 가령 노란봉투법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한 전문가는 “법 개정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더해 “산별교섭, 단체협약 효력 확장 없이 원·하청 교섭 허용 정도로 이중구조가 개선된다는 발상은 지나친 낙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노란봉투법은 하청·특고 노동자의 상황을 개선하는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용관계가 한층 복잡한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엔 “법이 통과돼도 사용자를 특정하는 과정에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법안이 “노조의 과도한 쟁의행위와 갈등 지향적인 활동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경영계 쪽 주장에 대해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과장된 우려와 공포”라는 이유 등으로 17명 가운데 13명이 반대 의견을 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단기적으론 각종 쟁의가 늘어 노동 현장의 노사 갈등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수긍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노사가 교섭 상대방을 확인하고 교섭 테이블에 앉는 과정을 통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장기적으로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에 15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자 사이에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혼란은 예상되지만, 점차 쟁의행위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셈이다.

김해정 방준호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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