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앨이앤씨와 고 강보경 노동자의 유족,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가 21일 중대재해 합의 조인식을 열었다. 시민대책위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건의 중대재해로 8명이 목숨을 잃은 건설사 디엘(DL) 그룹이 중대재해 사망자들과 유가족에게 공개 사과했다. 대기업 원청사가 중대재해를 공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22일, 디엘이앤씨가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고 강보경씨 유족과 ‘중대재해 합의 조인식’을 열어 공개 사과와 중대재해 재발방지책 마련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 8월11일 부산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창호 보수 작업을 하다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디앨이엔씨의 공개 사과는 강씨가 사망한 지 103일, 대책위가 출범해 회사에 중대재해 재발 방지 등 유족의 요구를 전달한 지 한 달 보름여 만에 이뤄졌다.
합의안에는 △피해자 유족에 대면 사과 △일간신문에 사과문 게재 △강씨 사고 관련 사고조사보고서를 유족과 시민대책위에 제출 △7건 중대재해 사고의 원인이 포함된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사망사고 배상과 관련해 디엘이앤씨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디엘이앤씨는 22일 한겨레에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해욱 디엘그룹 회장, 마창민 디엘이앤씨 대표이사, 곽수윤 디엘건설 대표이사 명의로 된 사과문에는 “디엘그룹 작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강보경님과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산재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디엘그룹은 다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총력을 기울여 안전 최우선의 경영에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대책위는 중대재해에 있어 대형 건설사인 원청의 공개적인 책임 인정과 사과를 끌어낸 점에서 의미 있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시민대책위는 “디엘 그룹 회장이 사과문을 통해 계열사인 디엘이앤씨와 디엘 건설에서 일하다 죽은 건설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며 “나아가 그룹 차원에서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안전 최우선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12월1일로 예정된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중대재해 원인 조사와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와 노동시민단체, 건설업계가 참여하는 ‘건설안전조사위원회’ 구성을 검토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11월22일 한겨레 1면에 실린 디엘이앤씨의 사과문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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