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영문과 교수 성폭력 비대위 쪽에서 검찰에 제출한 증거사진
학생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밤사이에 뜯긴 채 발견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경찰과 ‘중앙대 영문과 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21일 새벽 중앙대 서울캠퍼스 법학관 지하1층에 붙어있던 ‘영문과 교수 성폭력 규탄 대자보’가 뜯긴 채 발견됐다. 비대위는 “중앙대 대자보를 관리하는 방호원 등에게도 확인을 해봤으나, 대자보를 철거해간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8일 이번 대자보 훼손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대자보에 등장하는 ‘영문과 교수 성폭력’ 사건은 지난해 11월 초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ㄱ교수가 학부 수업을 수강하는 재학생 ㄴ씨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다. 비대위의 성명서를 보면, ㄱ교수는 지난해 11월2일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와 술로 인한 만취 상태로 심신의 제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학생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 비대위는 “사건 이후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자해와 불안 증세를 겪고 있으며 정신과와 외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ㄱ교수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에도 ㄴ씨에게 연락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사실이 <한겨레> 취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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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긴 대자보와 관련한 구체적인 목격담도 나왔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백아무개씨는 <한겨레>에 “지난달 20일 밤 11시40분께 남성과 여성 한쌍이 서울캠퍼스 법학관에서 ㄱ교수 성폭력 사건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떼는 것을 봤다”며 “남성은 대자보를 철거하고 있었고 여성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대자보를 떼어낸 뒤 쓰레기통에 넣는 것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학 정치국제학과에서 발생한 성폭력 고발 대자보 또한 훼손된 상태로 발견돼 이번 사건이 대학 내 성폭력 고발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위 관계자는 “피고소인들은 다른 주제의 대자보는 그대로 놔두고 영문과 교수 성폭력이나 정치국제학과 단톡방 성폭력 같은 성폭력 고발 대자보만 골라 무단 철거했다”며 “이번 훼손 행위가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고 폄하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당시 찍힌 (중앙대 법학관) 주변 시시티브이(CCTV)를 일부 확보한 상태
여서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