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교노동자 노동실태 및 노조 설립 설명회’에서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부장이 국공립대학 조교노동자 고용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의 한 국립대 조교 ㄱ씨는 6년차 ‘신입’이다. ‘조교는 6년 이상 재직할 수 없다’는 이 대학 규정 때문에, 올 초 다시 원서를 내고 신규 지원자들과 경쟁해 겨우 재입사했다. ㄱ씨를 비롯한 국공립대 조교들은 매년 재임용되고, 상당수는 수년에 한 번 신규채용 과정을 거치거나 손 놓고 직장을 잃어야 한다. 근무연한을 제한하는 학교도 있다. 수도권 한 교육대학에서 5년째 조교로 근무 중인 ㄴ씨는 “5년 넘게 근무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당장 내년엔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조교는 대학원생의 용돈벌이라는 일부 인식도 있지만, 2017년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8월 기준으로 ㄱ·ㄴ씨와 같은 국공립대 조교의 92%는 학생이 아닌 ‘전업 조교’다. 19일 교육부 자료를 보면, 국공립대 조교 정원은 지난 2월 기준으로 2860명이다. 이들의 신분은 모두 국가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이다.
하지만 이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늬만 정규직’이라 비판받는 무기계약직조차 될 수 없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려면 계약 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우도 열악하다. 야근을 해도 시간외수당을 못 받는 건 물론이고 여성 조교는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휴직을 언급했다가 곧바로 사직 혹은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조교노조 쪽 설명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고 노조를 설립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설립신고서를 반려해 ‘법외노조’에 머물고 있다.
조교를 지휘·감독하는 국공립대 교수들의 노조는 올해 4월 교원노조법이 개정되면서 합법화됐다. 하지만 조교는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87호, 98호) 비준을 추진하면서, 노조 설립을 할 수 없었던 일부 공무원 가운데 소방관 등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조교는 단결권 보장 대상에서 빠졌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만들 때 (조교를 노조 설립 대상에서 빠트린 건) 입법 누락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사고’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21대 국회 들어 새로 발의한 개정안에도 조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전국국공립대조교노조는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청구했다. 박형도 조교노조 위원장은 “국공립대에서 노조가 인정 안 되는 구성원은 조교뿐”이라며 “언제까지 매년 2, 8월 상당수 조교가 속수무책으로 물갈이되는 걸 봐야 하나. 최소한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조차 학교별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이므로, 노조 설립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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