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100㎞ 배송”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또 쓰러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뇌출혈 심해 의식 되찾지 못한 상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들이 지난해 11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분류작업 인력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씨제이(CJ)대한통운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주 6일 하루 12시간 과노동을 이어가던 씨제이(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업무를 마친 뒤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

25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씨제이대한통운 경주터미널 소속 택배노동자 이아무개(59)씨가 전날 밤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대책위 설명을 종합하면, 이씨는 24일 밤 자택에서 식사를 마친 뒤 잠자리에서 구토를 하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이씨는 “뇌출혈과 뇌부종이 심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의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태”라고 대책위는 전했다.

이씨는 택배 경력 12년차, 씨제이대한통운 근무 경력은 8년차인 택배기사다. 대책위는 “이씨는 하루 평균 200개에서 250개, 한달 평균 5500~6000개를 배송했다”며 “배송거리는 일평균 약 100㎞ 정도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주 6일을 근무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의 설명을 보면, 이씨가 속한 사업장에서 택배기사는 분류작업에도 참여해야 했다. 이씨 차량에 물건을 싣는 레일에는 분류작업 전담인력이 2명 있었지만, 이들로 모든 분류작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택배업계 노사와 정부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에서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책임이라는 점이 명시된 바 있는데, 이 사업장에서는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대책위는 이씨가 지난해 10월1일 산재적용제외신청서도 작성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택배업계에선 그동안 사업주가 보험료를 아끼려는 목적 등으로 산재적용제외신청을 유도하거나 강요했고, 심지어 대리점주 등이 신청서를 대필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산재적용제외신청 제도는 지난 1월 법이 개정되면서 실제 일하지 않는 경우에만 승인되도록 바뀌었다.

씨제이대한통운 쪽은 이에 대해 “쓰러진 택배기사님의 빠른 회복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용 박수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