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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선호 대책위 “동방과 우리인력, 불법파견 아니라 불법근로자공급 계약”

등록 2021-06-14 19:59수정 2021-06-15 02:14

“우리인력과 현장 노동자들 고용 계약 없었다”
“이씨와 이재훈씨는 동방 노동자라고 봐야”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불법파견에 무게 두고 조사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씨를 기리는 추모 문화제에서 아버지 이재훈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씨를 기리는 추모 문화제에서 아버지 이재훈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평택항에서 300㎏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23)씨의 고용 형태가 평택항만 운영권을 가진 동방과 인력공급업체인 우리인력 사이의 불법파견 계약이 아니라 불법 근로자공급 계약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14일 ‘고 이선호씨 사망사고 관련 평택항 인력공급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내어 “오는 2040년까지 평택항만 운영권을 독점하게 된 ㈜동방이 인력공급계약을 체결한 우리인력은 이선호씨와 이씨의 아버지 이재훈씨 등 항만 현장 노동자들과 고용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고 정해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방 쪽에서 받은 수당에서 수수료를 떼는 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근로자공급계약이 된다”며 “우리인력은 무허가로 근로자공급사업을 했기 때문에 이는 직업안정법 33조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직업안정법 47조를 보면,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은 고용 계약을 맺지 않은 노동자를 타인에게 사용하도록 제공하는 ‘근로자공급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를 자유롭게 허용하면 타인의 취업에 개입해 영리를 취하거나 일을 소개한다는 빌미로 노동자가 번 돈을 중간에서 착취하는 일이 성행할 수 있어서다. 국내 근로자공급업은 직업안정법상 정부의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만 할 수 있다. 다만 노동자와 고용 계약을 맺고 그 고용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당 노동자를 타인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파견’ 제도는 제한된 업종에 한해, 정부의 허가를 전제로 허용하고 있다. 이씨가 우리인력과 고용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우리인력이 근로자공급업을 한 셈이 돼 직업안정법을 위반한 것이고, 이씨가 우리인력과 고용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한 채 동방으로 보내졌다면 파견법상 허용 업종이 아니어서 파견법 위반이 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동방과 우리인력이 맺은 계약이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있어 우리인력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 관련 수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우리인력이 자신이 공급하는 노동자들과 문서는 물론이고 구두상으로도 고용 계약을 체결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훈씨 등 우리인력 소속 노동자의 발언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선호씨와 이재훈씨 등 현장 노동자들은 동방의 지시에 완전히 종속되어 일했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동방이며,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전적으로 동방이므로 이들과 동방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씨 등은 동방의 노동자였다”고 주장했다. 우리인력이 이씨를 ‘파견’ 보낸 게 아니라 ‘근로자공급’을 했다는 취지다.

대책위는 또 우리인력이 노동자들의 근태 현황을 전달받아 1주일 단위로 인건비 내역을 정리해 동방에 청구한 뒤 소개비를 공제하고 인건비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인력은 인건비와 식대의 14.8%~16.2% 상당을 소개비 명목으로 떼어갔다. 대책위에서 자문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파견이라면 정해진 급여를 지급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동방으로부터 받은 인건비 일당에서 알선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지급했다”며 “고용주라면 법정수당을 지급하고 4대보험도 가입시켜야 하는데 이런 정황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의 설명을 보면, 평택항의 작업은 동방의 담당 직원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이재훈씨에게 작업 내용이 담긴 리스트를 보내고 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씨는 동방이 보낸 리스트에 따라 필요한 인원을 우리인력 쪽에 요청해 작업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동방 쪽에 보고했다. 전체 업무 과정에서 우리인력이 파견사업주로서 소속 노동자에 업무 관련 지시를 한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불법파견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인력과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계약서 여부만 따지는 노동부의 조사는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며 “우리인력이 파견사업주로서 역할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를 ‘파견’으로 보면 근로기준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한 ‘사람장사’, 즉 근로자공급업을 사실상 인정하고 묵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근로자공급업이라면 묵시적 근로관계에 의해 우리인력 노동자들이 동방 직원임을 주장할 수 있지만 불법파견이라면 동방이 이들을 직원으로 고용할 의무만 발생하고 그마저도 비교대상이 되는 동종 유사 업종이 사내에 없으면 처우를 개선하지 않아도 돼 노동자에게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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