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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뉴스룸 다양성 논의에서 빠진 ‘지역문제’

등록 2021-11-02 17:18수정 2021-11-03 02:30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한선ㅣ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도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과 공정성·포용성 수준을 평가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계기는 지난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책 리포트 발표를 통해 관련 주제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또 언론재단이 10월 27일부터 4일 동안 개최한 2021년 저널리즘 주간 행사에서 뉴스룸 내부의 민주화를 논의하는 자리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따 ‘디이아이’ (DEI)로 알려진 다양성 (Diversity), 공정성 (Equity), 포용성 (Inclusion) 문제는 <뉴욕 타임스>와 <비비시> (BBC) 등 국외 유력 언론사가 저널리즘 실천 방안으로 채택하면서 알려진 언론계의 최신 화두 중 하나다. 미투 운동과 흑인생명보호 운동 등 급변하는 사회에서 언론계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을 보여주는 디이아이는, 다양성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언론사는 저널리즘 가치 구현이라는 본질적 측면에서는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디어의 다양성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오랜 연구 의제 중 하나였다. 다만 언론사 내부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재현하는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왜곡과 차별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였다. 다양성 문제를 진단하는 한국 언론의 칼날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를 향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부자의 시선으로 뉴스룸의 조직 문화에 쓴소리를 자처했던 이날 논의는 여러모로 반가웠다. 이들이 전해준 경험담은 뉴스 생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직성과 관행의 답습, 무엇보다 뉴스룸 조직의 균질성으로 인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남성 위주의 엘리트주의적 고정관념 아래 뉴스를 생산하는지 보여주는 한편의 브이로그 같았다.

하지만 반가움에 비례해 아쉬움도 컸다. 다양성 논의의 관점이 주로 서구 문화가 중요시하는 인종, 성, 하위문화 등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논의에 등장한 소재는 젠더 문제를 비롯해, 이른바 명문 대학 출신자들로 구성되는 뉴스룸 인적 구성의 문제, 문신과 같은 튀는 취향의 언론인이 활동하기 어려운 ‘범생이’ 문화 문제, 그리고 세대 문제였다. 이들 사안은 뉴스룸 인적 구성의 획일성을 지적하는 데 매우 적절하고 핵심적인 문제였지만 동시에 서구 논의의 전형성을 반복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가령 이날 논의에서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사회적 모순과 차별을 드러내는 지역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지역 문제는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 논의에서 결코 제외돼서는 안 되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디이아이가 서로 다른 인구학적 특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뉴스룸 인적 구성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공감을 일으키는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향후 중앙언론사 인적 구성의 다양성 논의에서 지역을 주제어로 삼은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또 그것이 ‘지역 출신의 명문대학 졸업자’ 비율이라는 거칠고 단순한 지표로 환원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지역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 문제도 공론화되기를 희망한다. 연구차 전국의 지역방송 종사자를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한국의 지역사회가 예상보다 강도 높게 이념적 획일성에 갇혀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운신의 폭이 좁다는 토로로 이어졌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 논의가 역차별이라는 혐오 문턱에 좌초하지 않고 공정과 포용을 여는 방향타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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