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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율규제 기구 윤곽…“가짜뉴스엔 경보 발령”

등록 2021-12-29 04:59수정 2021-12-29 08:47

언론단체 연구위, 설립안 초안 발표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율규제위’ ‘자율조정인’ 설치
제재 결정·피해 조사·분쟁 중재
벌점 쌓이면 제명…“언론사 참여 관건”
지난 9월23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7개 언론단체들이 통합형 언론자율 규제기구 설립계획을 발표하던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9월23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7개 언론단체들이 통합형 언론자율 규제기구 설립계획을 발표하던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사업자 및 현업 언론인 단체들이 지난 9월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하며 ‘대안’으로 제안했던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의 윤곽이 나왔다. 상당히 실효성 있는 방안이 포함된 반면 현실화까지 ‘빈칸’도 적잖은데, 7개 단체들이 속도감 있는 논의로 개별 언론사 참여를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해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 심석태 세명대 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위원회가 지난 24일 온라인 화상 공개 토론회에서 내놓은 설립안 초안의 핵심적 특징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자율규제위원회’와 ‘자율조정인’ 설치다.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의 자율규제기구는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사 등 가운데 기구 규약을 준수할 것을 서약하고 소정의 분담금을 납부하는 서약사들과 그 보도를 대상으로 삼는다.

이중 외부추천위가 추천하는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자율규제위는 언론사 제재 결정을 포함해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 의결기관이다. 일상에서 언론 보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기능은 외국의 ‘옴부즈 퍼슨’ 개념을 가져온 5~7명 규모의 자율조정인이 맡는다. 이들은 모니터링팀 보고와 이용자들의 불만이나 피해 신고를 토대로 규약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개별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각 사 고충처리인 등과 밀접하게 연계해 조정 업무를 담당한다. ‘통합형’이란 명칭대로 지면·방송·디지털 기사 모두 대상으로 삼는 한편 분쟁 해결 주선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신문윤리위원회나 인터넷신문위원회 등 기존 자율규제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규약을 위반한 보도에는 정정·노출중단·사과 등 시정 결정을, 해당 언론사엔 권고·주의·경고·제재금 부과 등의 제재 조치를 내리는데 일정 벌점이 쌓인 언론사는 제명이 가능하다. 빠른 속도로 유포되는 허위 정보가 있을 때 발령하는 ‘일반 경보’는 이른바 ‘가짜뉴스’가 언론사들의 무분별한 베끼기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눈길을 끄는 제안이다. 일종의 ‘팩트 체크’ 기능인 셈이다. 피해 구제의 신속성 확보를 위해 분쟁 접수 뒤 해당 언론사가 1주일 내 조치를 취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늦어도 한달 내 절차를 마무리하도록 했다.

연구위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참여사에 자율 규제 준수 인증을 부여하거나 각종 언론상, 공적 기금 지원사업, 정부 광고 배정 등과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장기 과제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의 중복 규제나 언론중재위원회와의 중복 개선을 꼽았다.

이날이 의뢰 단체들과 연구위원들 전체가 처음 직접 만나는 자리였던 때문인지 설립안을 두고 일부 ‘거리감’도 확인됐다. 단체들 사이에선 포털과 연계한 강력한 제재 방안이나 기존 자율규제기구와의 통폐합 문제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기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강형철 교수는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면) 실행은 늦어질 것이고,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년이 걸릴 수 있다”며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하지 말자’는 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기구를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 규모로 모든 콘텐츠를 심의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전수 심의는 불가능한데다 ‘검열’ 논란도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설립안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안 중심의 모니터링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위가 이날 토론을 반영해 최종안을 연말까지 제출하면 각 단체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사실 ‘강력한 자율규제’를 현실화하는 것은 학계가 아니라 언론계의 몫일 수밖에 없다. 시간도 많지 않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될수록 자율규제 논의 동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언론중재법 소나기 피해가기’였다는 국민들의 비판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견 조정과 외부와의 협의도 실무추진단 같은 형태를 신속히 꾸려 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시 공은 언론계로 넘어왔다.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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