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네이버는 2017년부터 뉴스 하단에 제공하던 공감 버튼인 감정 스티커를 추천 스티커로 전면 개편했다. 사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언론사가 공들여 작성한 좋은 기사를 쉽게 발굴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자칭 양방향 소통 공간이라 한 댓글 창에는 “21세기형 언론 통제” “정권교체기 표현의 자유 침해” “기사가 이상해도 긍정만 표현할 수 있는 이상한 K검열”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많은 이용자가 없어진 이모티콘 대신 “화나요” 댓글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유익함, 흥미, 감동, 통찰력, 후속 보도 요청과 같은 긍정 편향의 스티커만 제시했기 때문이다. 칭찬 스티커를 많이 받은 기사나 조회수 많은 기사가 질을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한 이용자(아이디 jung***)는 “언론이 싸구려 감정팔이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에서 감정 표현을 없앤 건 잘했으나, 저급한 기사를 걸러낼 목적이라면 기자와 기사를 비토할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달 전부터 제공하고 있는 ‘댓글 팔로 기능’도 큰 문제다. 언론사, 기자, 연재물 대상의 구독 기능을 일반 이용자에게 적용한다는 발상인데, 네이버의 주장대로 “위트 넘치는 댓글과 높은 식견의 감동적인 댓글”로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용자들은 댓글 팔로를 하면 알람이 뜨기 때문에 기사 ‘좌표’를 서로 공유하고 추천할 수 있어서 악용될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정치 뉴스 댓글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서로 팔로 맺은 아이디들이 같은 기사에 비슷한 논조의 악성 댓글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작성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2016년부터 댓글 1만5500여건을 작성해 누적 공감수만 무려 1300여만건에 이르는 한 댓글 아이디(lima***)와 팔로어들은 특히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거의 실시간으로 댓글을 쓰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 아이디와 팔로어들의 댓글과 대댓글은 공감수 높은 이른바 ‘베댓’(베스트 댓글)을 선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팔로 기능이 쉽게 악용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악플 작성자가 나를 차단하면 그의 댓글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악플은 계속 노출되고 있는데 보이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 쪽에 신고조차 할 수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기능이 아이러니하게도 기사 본문을 회피하게끔 행동을 유도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기사 제목 아래 추천 서비스와 댓글 탭을 클릭하면 바로 댓글 창으로 넘어갈 뿐 아니라 기사 본문과 댓글 페이지가 분리되어 기사 제목과 기사 요약만 읽고 댓글 창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개선을 거듭해도 ‘공들여 작성한 좋은 기사’를 무위로 만드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우리 편 편향’이 이용자 간 ‘댓글 배틀’로 나타난다면, 뉴스 서비스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는 미디어 플랫폼의 신뢰성·투명성 제고를 강조하며 포털이 확증 편향과 가짜 뉴스의 숙주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포털 안에 가칭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설치해 검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이 선정적인 뉴스와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게 문제일까, 이런 뉴스 생산을 유도하고 건전하지 못한 댓글을 조장하는 포털 알고리즘이 문제일까. 아니면 둘 다의 문제일까. 투명하게 밝힐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