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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투명성 높이는 ‘보도 설명박스’ 실험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등록 2023-02-22 07:00수정 2023-02-22 11:02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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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 ㅣ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날씨를 자주 확인하는 편인데 정보를 이용할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게 하나 있다. 하루 전까지 멀쩡하게 제공하던 내용과 완전히 다른 정보를 ‘시치미 뚝 떼고’ 제공하는 앱의 정보 제공 방식이 그것이다. 변경 전 정보를 믿고 세차했다가 낭패를 본 뒤 확인해 보면, 날씨 정보가 감쪽같이 바뀐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달라진 정보의 수정 내용을 투명하게 알리는 과정은 디지털 저널리즘에서도 중요하게 요구되는 가치 중 하나다. 투명성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객관성과 자웅을 겨루는 새로운 가치로 평가받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는 신속성에 대한 요구 때문에 정보 수집이 빨라지는 한편, 해당 정보가 부정확해질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저널리즘 환경에서 투명성은 아직 견고한 가치로 자리 잡지 못한 듯하다. 기계적 중립성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라도 객관성을 우위에 둔다는 언론인을 적잖이 만났다. 진실 확인과 사실 검증이라는 객관성의 구성 요소가 아직은 언론인의 직업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가치라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확인했다. 아무리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라 할지라도 객관성이 그 효용성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국의 저널리즘이 객관성의 자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했다.

다만 투명성은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되는 가치라는 점에서 언론인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곱씹어 보아야 할 항목이다. 혹여 내가 근래 확인한 것처럼 현장의 저널리스트들이 투명성을 취재원 공개 정도로 협소하게 환원시켜 왔다면 더욱 투명성에 대해 재고해 보아야 한다.

우연한 기회에 한 언론사의 시청자 의식조사용 설문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는데 투명성 제고 문제를 취재원 공개로 받아들이며 거부감을 보이는 정서를 확인했다. 진영별 뉴스 소비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저널리즘 환경에서 취재원 공개가 좋은 저널리즘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했다. 취재원과 출처를 공개하면 진영논리로만 해석할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었다. 익명의 취재원을 활용해야 하는 보도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나 투명성을 실천하는 방법은 취재원 공개에 국한되지 않는다. 취재기자의 관점을 드러냄으로써 자신들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편견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도 투명성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몇 년 전 텍사스 오스틴대학교의 미디어센터가 제안했던 설명박스는 주목할 만한 실험이다. 이들은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사 하단에 세 가지 내용을 추가로 제공하는 설명박스를 덧붙였다. 왜 기사를 작성하게 됐는지, 어떻게 취재했는지, 보도에 대한 접근 방식이 무엇인지 등. 실험 결과, 설명박스가 추가된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았다.

정보원이 다양해지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저널리스트가 절대 불변하는 하나의 진실만을 정확하게 보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보다 취재기자가 어떤 시각에서 어떤 취재 과정을 거쳐 뉴스를 생산했는지 보여주고, 보도 이후라 할지라도 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를 투명하게 밝히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기자가 취재에 임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진실성을 보장할 만한 취재 과정을 알리고, 차후라도 문제가 있으면 신속하게 수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보도하든 진영논리로만 해석하는 일부를 제외한,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환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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