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시리즈 ‘셀러브리티’에는 탐욕과 질투, 그리고 잔인한 공격성으로 응축된 인물이 등장한다. 후반부에 실체가 드러나지만, 감독에 따르면 이 존재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상징한다. 어디에도 없고 동시에 어디에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주인공을 에스앤에스 셀럽으로 성장시키고 퇴출하는 과정에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개입하는 캐릭터였는데, ‘익명성 뒤에서 활개 치는 수용자’를 비유한다는 그를 보며 대중의 온라인 참여에 관해 나누었던 한 언론인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는 저널리즘 비판과 저널리스트 공격에 대해 나눈 대화였다. 당시 그와 나는 언론을 공격하는 행위 자체가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오인되는 세태에 대해 깊은 고민을 주고받았다.
‘따뜻하게 팬덤 지지를 보내다가 일순간 냉혹한 키보드 워리어로 돌변하는 존재’.
그가 경험한 온라인 수용자는 협력자·지지자였다가 비판자·공격자로 모습을 뒤바꾸는 난수표 같은 존재다. 우리의 고민은 이들이 뉴스 생태계에 긴장감을 제공하는 비판과 감시를 넘어 부당한 비난과 공격으로 정상적인 저널리즘 수행을 가로막고, 그것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으로 이어짐에도 적절한 균형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진영에 따른 뉴스 소비가 많은 탓에 유독 뉴스 신뢰도가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또 언론인과 미디어에 대한 공격적인 비판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자신의 신념과 태도에 부합하는 기사를 접하면 해당 언론과 저널리스트를 무조건적인 팬덤으로 옹호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혐오와 공격의 대상으로 낙인찍어 비난한다는 것이다.
뉴스 미디어에 대한 공격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온라인 참여가 손쉬워진 환경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수동적인 수용자에 불과하던 시민이 스스로 메시지를 생산하고, 엘리트 저널리즘의 빈틈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 많은 나라에서 당연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실 확인이 불충분하거나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기자나 저널리즘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건강한 비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적대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공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절반(53%)이 넘는 사람이 미디어에 대한 공격을 보거나 들었다고 한다. 또 미디어를 공격하는 사람은 정치인부터 일반 대중(알지 못하는 보통 사람), 동료나 가족, 소셜미디어의 유명인, 그리고 다른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저널리즘에 대한 공격과 불신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여겨질 만큼 광범위해졌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호감 순위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정치인이 미디어 공격의 선봉에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공격 패턴이 세계적인 유행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디어 공격의 출처가 정치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아주 높은 그룹에 속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저널리즘을 부당하게 낙인찍거나 선동하는 행위가 매우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팬덤 지지자만을 염두에 두는 정치 선동과 이들의 교언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준비가 안 된 수용자들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좀먹는다. 또 이들이 과잉 대표하는 여론은 갈등과 각자도생을 부추기며 사회를 좀먹는다. 우리 모두에게 부디 이들을 구분하여 퇴출할 혜안을!
한선 |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