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TV조선 채널 설명회‘에 참석한 광고주들에게 오지철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장] ‘TV조선’ 채널 설명회에 700여명 참가
언론노조 “언론이 자본에 급격히 종속될 위기”
언론노조 “언론이 자본에 급격히 종속될 위기”
18일 오전 11시반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조선일보> 종합편성 채널 〈TV조선〉의 채널 설명회가 열렸다. 700여명의 참석자들은 주로 국내 기업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이었다. 이 채널이 대표작으로 내세우고 있는 드라마 ‘한반도’와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의 출연진 배우 황정민, 김정은, 김해숙, 에프엑스(f(x))의 루나 등 연예인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주최 쪽 관계자가 “2층에 마련한 자리가 모자라 3층에도 별도 장소를 마련했다”며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할 정도였다.
“세상에 없던 TV…막장 드라마는 없다”
설명회는 각종 프로그램 소개로 시작했다. 이 매체는 ‘세상에 없던 TV’라는 표어를 내세운 만큼 기존 지상파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가을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 불러오듯” 시청자들을 다시 텔레비전 앞으로 모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지철 〈TV조선〉 대표이사는 “막장 드라마는 절대 없다”라며 드라마 부문을 시작으로 “건강한 웃음이 있는 예능”, “울림이 있는 교양” 등 각 영역을 설명하며 ‘인간미’를 부각했다.
보도·교양 부문에서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마지막 보루”가 되겠다는 점이 강조됐다. 소개한 프로그램들도 관련한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다. 부상한 ‘복지 이슈’와 관련한 기획보도물 ‘안티 포퓰리즘-공짜의 역습’(가제)이 대표적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첫회로 기업주들을 시리즈물로 다룰 것으로 보이는 ‘기업가 열전-대한국인 정주영’도 주요 다큐멘터리로 소개됐다.
예능 부문에서는 “시사풍자 코미디의 맥을 살리겠다”는 ‘텐피엠’(10PM)과 폭주족 교화 리얼 프로그램 ‘배드레이서’ 등이 소개됐다. 3층 연회장까지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개 영상을 큰 호응 없이 봤다.
종편들 광고 직접 영업태세…“찾아 뵙고 말씀드리겠다”
참석한 연예인들의 인터뷰가 지나간 뒤 설명회의 ‘하이라이트’, 광고 소개가 이어졌다. 앞서 광고를 수차례 강조했던 <중앙일보> 종합편성 채널 <제이티비시> 설명회에서와 달리 간략하게 상품 소개를 하는 선에서 끝났다. 그러나 사회자는 “짧은 시간 안에 저희가 제공하고 있는 다양하고 합리적인 솔루션을 다 소개해드리지 못한 점 양해해 달라”며 “자세한 내용은 TV조선 광고사업본부 임직원들이 직접 찾아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곳곳에서 광고주들의 쓴웃음이 피어났다.
참석한 패션업계 회사 관계자는 “결국, 광고하라는 얘기일 텐데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TV조선〉의 임원들은 무대로 올라와 광고주들에게 큰절을 하며 설명회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이날 참석한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준비가 미숙했던 <채널에이>나 지루하게 프로그램과 광고 등을 소개했던 <제이티비시>(jTBC)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채널에이>와 <제이티비시>가 지난 5일과 6일 광고 설명회를 한데 이어 이날 〈TV조선〉까지 광고주들을 모아놓고 같은 자리를 가지면서 종편 채널들은 본격적인 광고 영업 전쟁에 뛰어들었다. <채널에이>와 <제이티비시>는 각각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이다. <매일경제> 종편 채널과 연합뉴스 보도전문채널 <뉴스와이>(뉴스Y)는 각각 오는 24일과 27일 광고주 초청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설명회장 밖 언론노조 집회…“언론의 자본 종속” 규탄
롯데호텔 연회장에서 “정통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TV조선〉의 설명회가 열리는 동안 밖에서는 “언론이 자본에 급격히 종속될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호텔 앞에서 ‘TV조선 광고 직접영업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TV조선〉을 비롯한 ‘조중동매’의 광고주 대상 설명회를 규탄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중동 방송이 언론이라면 마땅히 따라야할 광고 질서를 끝내 거부하고 광고 직접 영업을 하려 하고 있다”며 “광고주들에게 아양과 협박으로 시작된 종편의 설명회가 정녕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규탄했다. 종편은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규제를 받는 지상파와 달리 직접 광고영업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로 인해 “언론인의 영업 사원화, 광고약탈, 자본유착, 정치권력과 결탁” 등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한 ‘미디어렙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전국언론노조 대표자 30여명이 18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 앞에서 TV조선 광고 판매 설명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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