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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국정원 정치개입’과 언론의 위기

등록 2013-04-23 20:18수정 2013-04-26 18:16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미디어 전망대
언론은 민주주의라는 집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하게 알리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국민의 주권을 잠시 대행하는 정치인들이 그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지켜보고 국민에게 알리는 감시 기능을 한다. 그래서 20세기 미국 언론을 대표한다는 월터 리프먼은 이렇게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는 언론을 어떻게 사기업에 맡기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늘날 국내외 언론을 관찰하면서 언론이 고유의 사명보다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이대로 방치하면 민주주의 언론은 사라지고 미디어만 남겠다는 걱정이 무겁다.

미국에서 1년에 3만여명이 총기 남용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사람들이 총기를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총기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30년도 넘는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총기 판매 제한을 반대하는 전국총기협회의 로비 때문이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주요 과업의 하나로 총기규제법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침 지난 연말 코네티컷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신이상자가 총을 난사해 26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해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90%까지 올라갔다. 오바마가 총기규제법을 상원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총기규제법은 지난 17일 상원에서 부결됐다. 실망한 오바마는 “오늘은 워싱턴에 정말 창피한 날”이라고 개탄했다.

이렇게 된 데는 총기협회의 대의회·언론 로비, 공화당과 함께 총기협회의 입장을 지원하는 보수 언론의 보도가 있다. 총기협회는 선거자금을 기부하고, 총기규제법에 찬성하면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압박으로 의원들의 법안 지지를 막는다. 공화당과 보수 미디어는 보수주의를 종교처럼 신봉하고 미디어를 종교(보수주의)를 옹호하고 확산하는 ‘선교’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문제는 이들이 언론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신뢰를 추락시킨다.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최근 용기있는 여성 경찰 간부의 입을 통해, 대선 직전 불거진 국가정보원 직원의 선거 개입 혐의가 사실에 가까운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를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는 속이 들여다보인다. 지난해 12월16일 대선 후보들의 세 번째 토론에서도 이 문제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국정원의 행동이 선거 개입으로 드러나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토론이 끝난 직후 경찰은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휴일 밤 11시에 ‘긴급하게’ 나온 경찰의 발표 배경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신문 모니터’를 보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례적인 ‘중간 수사 결과 발표’와 부실한 수사를 지적하며 발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조·중·동은 경찰 발표 내용만을 1면 머리기사로 부각시켰다. 그동안 근거 없이 소란을 피운 민주당은 책임지라는 식의 보도였다. 뉴스 가치를 전연 판단할 줄 모르는 편집이거나, 알았다면 고의로 특정 후보의 당선을 노린 지면이었다. 역시 보수를 종교로 믿고 언론을 이에 봉사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미디어의 모습이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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