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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구원파와 언론중재신청 ‘폭탄’

등록 2014-12-15 19:50

미디어 전망대
한국 언론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관여했던 이른바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가 언론사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무더기로 조정신청을 낸 것이다. 현재 구원파의 신청은 5000건을 넘겼으며, 대상 언론사도 300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언론중재위원회의 신청 건수가 모두 2433건이었던 것에 견주면, ‘언론중재 폭탄’이라 표현할 만하다.

구원파는 언론대응팀을 꾸려 수개월 동안의 보도 전부를 조사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신청 대상을 추출했다고 한다. 이미 포털사이트에는 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한 언론사의 정정보도문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구원파의 이 같은 행동은 단순한 피해구제행위라기보다는 국내에서 2000년대 초부터 시민운동의 중요 수단으로 시도된 ‘법을 동원한 사회운동(legal mobilization)’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법률 제정과 폐지에 관여하는 ‘입법 운동’과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공익소송운동’(또는 ‘공법운동’)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구원파는 후자의 방식과 유사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송주체의 사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공익소송과 달리, 구원파의 언론중재신청은 자신들의 명예훼손 등에 대한 사적 피해구제를 노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언론중재신청은 합법적인 절차이기에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5000건이 넘는 언론중재신청은 언론중재위원회와 언론사에 많은 행정비용을 유발시킨다. 또 언론사의 규모, 영향력, 크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중재신청을 했기에 보도행위에 대한 ‘위축효과’가 우려되기도 한다. 보도의 맥락을 배제하고 사실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자칫 보도행위의 필요성이나 정당성까지 부정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구원파는 수만 명의 신도가 있으며, 상당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관계 고리가 있다. 그렇기에 유병언씨와 구원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국민의 알권리를 반영한 것임이 분명하다. 구원파 역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국민의 궁금증에 적극적으로 답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의무가 있었지만, 유씨를 보호하는 데 급급했고 언론취재를 제한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구원파 관련 보도가 부정확했던 이유의 많은 부분은 그들의 비밀주의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구원파 또는 유병언 관련 보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미 진행된 언론중재위원회 심리과정에서 다수 언론사 특히, 인터넷 언론사들이 구원파 쪽의 주장에 반론을 제대로 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이 직접 취재하지 않은 정보였기에 사실을 기반으로 한 증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한 언론사가 보도하면, 다른 언론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소식인 것처럼 경쟁적으로 ‘카피기사’를 쏟아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시사토크쇼에서는 ‘전문가’들이 온갖 시나리오를 그려냈고 이것이 기사화되었다. 1차 정보가 없는 2차 인용기사의 경쟁적 보도, 사실보다는 의견과 추론 중심의 기사가 가져온 참상이다. 문제를 제기한 자와 문제를 제기당한 자 모두가 이번 사태를 두고 반성해야 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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