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생한 <문화방송>(MBC) 권성민 예능 피디 해고 사건은 공영방송에 대한 패러다임 충돌을 보여준다. 해고 사유를 보니 인사위원들은 문화방송을 일반 기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 시각에서 보면 지방발령을 받은 종사자가 인터넷 상에서 “꼴도 보기 싫으니까 수원으로 가렴”이라는 표현 등으로 회사를 조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다 겪는 출퇴근길의 고충을 혼자만의 ‘유배생활’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시각으로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에 대해 기자와 피디 6명을 해고한 것도 정당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문화방송은 일반 기업과 달리 한국사회가 법정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해 소유하는 공영방송사이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1조)하기 위한 방송법의 대상이기도 하다. 공정성은 방송의 의무(6조)로서 경영인과 종사자들은 이것이 위협되는 상황에서는 이를 해소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국가를 대표하는 당대 정부의 관여가 불가피함과 동시에 그 정부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이중성을 지닌다. 이것의 경영자는 일반 기업처럼 조직을 관장하지만, 동시에 방송 자유를 달성해야 하는 특수 임무를 지닌다. 그런데 그는 실질적으로 권력에 의해 임명되므로 본질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에 대해서는 종사자들과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 방송법은 편성규약 규정(4조)을 통해 방송내용 구성에 있어 취재 및 제작 종사자들을 참여를 정해 놓았다.
권 피디는 이번 해고에 앞서 세월호 관련 보도에 대해 자성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정직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일부 표현이 과했다지만 6개월 정직은 더 과했던 것 같다. 그는 복직 후 비 제작부서에 배치된 것에 대해 자조적으로 자신이 “유배 생활 중“이라고 썼다. (만화로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을 보니 그는 재주도 많고 방송도 잘 만들 것 같다.)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이라면 애초에 자사의 잘못된 보도를 공개적으로 반성한 것에 대해 징계하고 “유배”를 보내는 것 자체가 이미 부당했다. 그는 입사 3년차에 불과하다지만 엄연하게 공정성의 책임을 분담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회사 쪽이 편성규약에 명시한 편성위원회 논의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문화방송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에 대해 해고로 맞받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방송하는 것은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양심에 위배될 뿐 아니라 방송법 위반이다. 이에 관련한 1심 판결 2건에서 법원은 이 파업이 근로조건인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인정한 바도 있다.
공영방송의 특성은 외면하고 일반적 회사로서의 측면만을 보려다보면 조직의 권위를 무시하는 제작진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는 엄격한 위계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일사불란을 원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공영방송이 아니라 일반 조직에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제작진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권위가 사실상 당대 권력에 의해 나온다는 명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은 당대 정권의 전리품이 되는 셈이다. 이런 공영방송에게 공정성과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을 해고한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