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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인터넷에 ‘맛집’만 있고 ‘맛없는 집’은 왜 없지?

등록 2015-02-09 20:07수정 2015-02-09 21:08

김영훈 기자 kimyh@hnai.co.kr
김영훈 기자 kimyh@hnai.co.kr
[미디어 전망대]
인터넷에 맛집은 있는데 ‘맛없는 집’은 찾기 힘들다. 상품평도 마찬가지다. 돈을 받고 상업적으로 블로그나 댓글을 다는 활동은 늘어가는 반면, 상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하는 글은 삭제되고 있다.

이런 ‘임시조치’가 과도하게 남용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임시조치란 정보통신망법(제44조2 제4항)에 근거해 인터넷상에 공개된 정보로 법률상의 이익을 침해받은 자의 요청에 따라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임시조치 요청건수는 해마다 수십만건(2012년 기준 23만167건)에 이르며,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제도는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등의 권리침해에 대한 피해구제제도이면서 피해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제도’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시조치물은 가처분되기보다는 사실상 삭제되고 있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임시조치와 유사한 제도는 미국의 디지털밀레이엄저작권법(DMCA)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저작권법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권리침해물에 대해 게시자에게 ‘삭제에 대한 고지 후 제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엔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정식 재판까지 진행할 진지한 준비가 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임시조치는 간단히 권리침해 여부를 밝히기만 하면 삭제에 준하는 조치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임시조치는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 매우 유리한 제도이다. 포털과 같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에게도 유리하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인터넷 게시자와 피해주장자 사이에 존재하면서 임시조치를 통해 게시글에 대한 책임법리와 면책법리를 모두 적용받는다.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온라인 정보를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면책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정보 게시자한테 이의제기의 절차가 있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이를 포기하는 경향이 크다. 분쟁 처리에 있어 ‘비용의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게시자의 권리가 적절히 보호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말이다.

임시조치 남용은 주로 정치권이나 기업에 의해 이뤄져 왔다. 정치인의 경우 민간 자율규제기구인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공인’에 대해 임시조치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 남용이 어느 정도 어렵게 됐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기업들은 자사의 이미지 관리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보회사들이 개발한 온라인모니터링도구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자사에 부정적인 온라인 게시물을 추적하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즉각적으로 임시조치 요청을 한다. 기업들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면서 임시조치 요청건수도 늘어가고 있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우리 헌법 제124조와 소비자기본법이 담고 있는 기본권리의 하나이다. 따라서 인격권 침해를 중심으로 설계된 임시조치를 소비자와 기업간 분쟁사항에 기계적으로 적용해 소비자의 의견을 손쉽게 삭제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따라서 기업이나 상품에 대한 임시조치 남용을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 인터넷자율정책기구와 같은 민간자율규제를 통해 현행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는 임시조치 요청의 요건을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히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또한 임시조치된 게시글의 현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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