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최근 ‘유사언론(類似言論)’ 문제로 광고주협회와 유사언론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매체들 간에 언론윤리를 놓고 말싸움이 치열하다. 일반시민에게는 별로 재미없는 논쟁이지만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심각한 윤리 문제가 걸려있는 논쟁이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인터넷 매체가 급증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는 대부분이 수입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어 경영이 어렵다. 광고효과가 크지 않는 인터넷에 광고를 자주 낼 기업주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매체 경영자는 경영에 필요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광고 강요 수법에 의존한다. 기업주나 기업의 약점을 취재해 그것을 본인에게 미리 알려주고 보도하지 않는 대가로 광고를 유도하는 것이다. 유도가 아니라 ‘강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언론인으로서는 가장 타기해야 할 협박 공갈이다. 이미 19세기 프랑스에서 널리 통용됐던 수법이다. ‘샹타주(chantage)’라고 한다. 너무 널리 사용돼 샹타주는 이제 국제어가 됐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언론윤리가 강조되면서 샹타주를 써먹는 언론인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는 지금도 초기 메르스와 같은 감염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양이다.
광고주협회는 샹타주하는 인터넷 매체를 유사언론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이 말은 총 세 권, 7535쪽이나 되는 <한국어대사전>(고려대 간)에도 올라 있지 않는 신조어다. 그러나 유사언론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그것은 마치 절도행위를 절도라고 말하지 않고 부주의를 이용한 상품 습득이라고 미화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러므로 가사보도를 광고를 얻기 위한 협박 수단으로 이용하는 매체는 유사언론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사이비(似而非)언론’이라고 부르는 것이 옪다.
이런 비윤리적 언론행위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부도덕한 행동일 뿐 아니라, 정상적인 광고시장의 운영을 파괴하는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주협회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서 사이비언론(유사언론)의 불법 광고 강매행위를 조사하고 그 결과 기업주의 약점을 이용해 광고를 강매하는 매체에 ‘유사언론’이라는 딱지를 부쳐 언론에 발표했다. 유사언론으로 보도되면 다시 광고를 강매할 생각을 단념하게 하는 심리적 압박수단이 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유사언론을 퇴치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른바 메이저언론에 속하는 매체가 ‘유사언론’에 포함됐는데도 영향력 있는 언론사라는 이유로 광고주협회가 그 매체의 이름은 언론에 발표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인 것이다.
지금 한국 언론의 풍토는 정치 분야나 마찬가지로 힘있는 강자면 합의된 원칙도 언론윤리도 무시한다. 자기 잇속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러니까 유사언론이 날뛰는 것이다. 대기업 언론과 공영방송이 언론윤리를 솔선수범 실천하면 유사언론은 자연히 행동을 자제하게 되리라고 본다.
광복 70년을 계기로 <반헌법행위자 열전>을 만드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차제에 언론계에서도 한국의 언론을 오늘처럼 권력의 시녀로 만든 <반민주언론인 열전>을 만들어, 한때 꽃 피웠던 한국언론이 어떻게 해서 오늘처럼 취약한 언론으로 쪼그라들었는지 되새겨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