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교통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방송인 변신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 열려도
지상파·수구언론 전혀 보도안해”
청와대 눈치보기 작용하는 것 보여
최근 tbs 라디오프로그램 진행맡아
소외계층·약자 찾아 직접 현장취재
“힘에 눌린 사람들 이렇게 많다니…”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 열려도
지상파·수구언론 전혀 보도안해”
청와대 눈치보기 작용하는 것 보여
최근 tbs 라디오프로그램 진행맡아
소외계층·약자 찾아 직접 현장취재
“힘에 눌린 사람들 이렇게 많다니…”
“언론은 세월호 참사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지난달부터 <교통방송>(tbs)의 라디오 프로그램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매주 금요일 오전 10시40분)를 진행하는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는 언론현장 안으로 들어와 바라본 세월호 보도 태도가 “여전히 바뀌지 않고 편파적”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화가들이 주최한 ‘세월호, 그리움을 그리다’ 문화제에 참석한 김영오씨를 만났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김유민양의 아빠로 세월호 참사 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는데, ‘돈을 더 타내려는 행위’라는 보수 단체와 언론의 공격에 큰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이나 수구언론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차 청문회를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차분했던 목소리가 격정적으로 높아졌다. 그는 이어 “1차에 이어 이번 청문회에서도 증거자료를 많이 제출해 청해진해운의 대기 지시, 국가정보원의 접대 등 중요한 사실들을 밝혀냈는데도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 언론들이 철저하게 외면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언론들의 이런 배경엔 청와대 눈치보기가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에 대한 시각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 사실 그대로만 보도하면 세상이 달라질 텐데 정부 쪽에 유리한 말로 편파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 장소나 특조위 활동 연장의 필요성에 언론이 침묵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제정한 세월호 특별법에 근거해 개최하는 것임에도 국회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해, 국회 밖에서 열려 보도 축소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정부 예산이 보장된 특조위 활동이 6월이면 끝나는 것에 대해서도 “특조위 실질 조사기간은 6개월밖에 안 된다.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기 위해 언론이 특조위 기간 연장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 제기된 세월호 의혹들을 파헤치기 위해 조속한 특검안 도입을 역설했다.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4년 11월 특별법 제정 때보다 못하다.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특검을 하기로 약속해놓고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모두 ‘나몰라라’ 하며 시간끌기만 하는데 언론이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김영오씨에게 봄은 이제 2년 전의 봄이 아니다. 딸 유민이를 가슴에 묻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나 아픈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려고 한다. 그런 취지를 살린 교통방송의 ‘작은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나 약자를 찾아가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김영오씨가 직접 현장취재도 한다. 지금까지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의 도시 재생사업으로 상처 받은 주민들, 남의 집 귀한 자식인 알바들의 청춘, 손톱이 갈라진 청소노동자들, 민간인 지뢰 피해자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힘에 눌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이렇게 많구나 새삼 깨달았다. 나도 사회 곳곳에 눈을 뜨며 많은 걸 배운다. 내가 아픔을 겪은 만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통해 조금이라도 치유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생명 존중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건넨 노란 리본 스티커에도 ‘생명 존중’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이다. 진실을 요구하며 촛불을 밝혔던 국민 열기는 사그라들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누구의 잘못으로 죽었는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세월호가 잊히지 않는 게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는 15일 방송될 ‘작은 목소리’를 취재하기 위해 세월호 자료들을 수집해 보관하는 안산의 ‘4·16 기억저장소’를 찾아 나선다.
김영오씨가 바라는 세상은 소박하다. “자녀들이 사회에 나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세상,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원한다. 사고는 날 수 있지만 참사가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춰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뿐이다. 별거 아니지 않은가.”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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