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되었다. 우스꽝스러운 이 아웃사이더는 워싱턴의 정치분석가와 주류언론의 예측을 보기 좋게 비웃고 본선에 올랐다. 트럼프의 자극적인 언행을 받아 적는데 바빴던 미국 언론사들은 자성하면서 트럼프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는 비전통적인 미디어 캠패인 전략을 구사했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무식해 보이지만, 이것이 ‘우리’와 ‘너희’를 쉽게 구분하게 만들어서 지지층의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극단적 표현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이끌고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슈 선점력은 주류매체에서도 확인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쇼렌스타인센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미국 9개 유력 매체들의 기사 수천건을 분석한 이 연구를 보면, 2015년부터 진행된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낮은 지지도로 출발했지만 많은 보도량에 힘입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보도량만 많았던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예상과 다르게, 주류언론들은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보다 긍정적인 기사를 더 많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후보 경선에 대한 보도량은 공화당의 절반에 불과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와 <폭스뉴스>가 가장 긍정적이었다. 이 연구는 트럼프를 다룬 언론보도를 정치광고비로 환산해서 제시했는데, 그 금액이 약 5500만달러에 달했다. 두 번째로 많았던 잽 부시는 3300만달러에 불과했다. 클린턴이 엄청난 모금액을 티브이 광고에 쏟아부었지만, 트럼프에 비해 언론에서 덜 다뤄졌다. <엔비시>(NBC) 보도에 따르면, 클린턴이 2015년 3분기에 2580만달러를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것에 비해, 트럼프는 420만달러에 불과했다.
트럼프가 저비용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셜미디어 전략 덕택이다. <시엔엔>(CNN)은 캐네디가 티브이 대통령이고 오바마가 인터넷 대통령이라면,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소셜미디어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살롱닷컴’은 이미 트럼프가 소셜미디어 캠페인으로 성공한 미국 최초의 전국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는 하루에 10번 이상 트윗을 날렸으며, 지난해 10월31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59번이나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그의 트윗은 갈등적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그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리트윗하면서 온라인 메시지의 유통 규모가 커졌다.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한 필립 범프의 글에 따르면, 그의 트위터 메시지의 11%가 반대진영에 대한 날선 비난과 공격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머지 트윗의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과도한 칭찬과 자랑이었다.
트럼프는 전통적 정치매개자인 정당과 언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지지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했다. 언론들은 그의 트윗을 옮겨 적기에 바빴다. 그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눈치 보는’ 또는 ‘점잔 빼는’ 정치문화를 무력화시켰다. 어느 면에서 그의 시도는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선거 캠패인은 디지털 연결사회의 문제점을 심각히 노출시켰다. 다른 생각 간의 교류가 아닌 지지자를 향한 배타적인 소통전략과 네트워킹은 정치적 집단극화를 부추겼다. 정치과정은 희화화되고 공중의 태도는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참여의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연결사회의 장밋빛 전망 속에서 목격되는 우울한 정치 풍경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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