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브라질 리우올림픽 보도 및 스포츠면 평가
지난 8월 브라질 리우에서 인류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2016 올림픽이 열렸다. <한겨레>는 기본적인 올림픽 경기에 대한 보도뿐 아니라 ‘올림픽 숨은 1인치’, ‘아하 올림픽’, ‘숫자로 보는 리우올림픽’ 등의 코너들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올림픽 기록이나 이야기들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원칙을 세워, 비인기 종목인 조정, 사이클, 근대 5종 선수들에 대한 기사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운동과 일을 병행하는 일부 외국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파르타식으로 오로지 훈련만 받는 한국 체육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은 대체로 한겨레의 접근 방향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분석기사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 “한겨레만의 관점을 더 뚜렷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등의 쓴소리도 얹었다. 미디어 격변의 시대에 종합일간지가 스포츠 영역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이냐는 토론도 이어졌다. 스포츠라는 영역에 갇히지 말고 인권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삼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4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올림픽을 보는 한겨레만의 관점 선보여…깊이와 지속성에는 “아쉬움”
정현백 위원장 먼저 리우올림픽 보도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달라.
이상재 위원 한겨레에서 스포츠는 강한 분야는 아닌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일정한 비판 지점을 갖고 접근하려 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꺼냈다가 마는 듯 깊이 못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의 이면, 비인기 종목, 올림픽 관련한 브라질 상황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봤는데, 그런 면에서 한겨레의 보도 내용은 상당히 괜찮았다. 올림픽이 끝난 뒤 근대 5종 선수 인터뷰(8월26일치 24면 ‘아무도 못봤지만…그대들 땀은 ‘금빛’’)가 실렸는데, 비인기 종목의 현실을 인상적으로 포착한 기사였다. 에티오피아 마라톤 선수의 엑스(X) 세리머니의 경우, 한겨레가 좀더 파고들어서 올림픽에서 정치적 제스처의 역사, 정말 금지되어야 하는지, 인권적인 측면이 있지 않은지 등을 짚어주면 어땠을까? 종합하는 차원에서 실린 ‘‘1등 신화’ 걷어차기, 유쾌한 반란을 보았노라’(8월23일치 1면) 기사를 재밌게 잘 읽었다. 앞으로 생활체육 보도를 강화한다거나 학교 체육의 폐해에 대해 더 깊이 다뤄주면 좋을 것 같다. ‘최저예산·환경보호…리우의 유산, 평창으로’(8월23일치 7면) 기사가 있었는데, 경제성이나 지속가능성을 따지는 부분이 약했다. 평창올림픽의 문제를 꼼꼼히 따져보는 기사가 필요하다.
이승열 위원 스포츠 분야 보도는 현재 신문이 처한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기는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고, 경기 결과는 모바일 등으로 나온다. 심층적인 기사는 전문지들이 생산한다. 그러면 종합일간지 스포츠면은 어때야 하는가? 그런 어려움 속에서 한겨레가 어떻게 자신의 내용을 채워가는지 관심 있게 봤다. 올림픽 때가 되면 단골로 지적되는 사항들이 많다. 냉전 체제일 때에는 올림픽이 체제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됐고, 그 뒤로는 메달로 국가 순위를 매기는 것, 메달을 많이 딴 것이 정권의 치적으로 보이게 하는 정치화 현상, 국내 선수에 집중하느라 외국 선수에 대한 보도를 소홀히 하는 것, 상업화 등의 문제가 있다. 한겨레는 이런 문제들을 상당히 의식하고 취재, 기획, 보도를 했다. 파벨라(빈민촌) 지역을 다룬 기사(8월15일치 1면 ‘올림픽보다 치열하게, 가난과 싸우는 파벨라의 삶’)로 주최국 국민이지만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르포로 다뤘고, 근대 5종 등 비인기 종목 선수의 인터뷰, 남북관계 등 다른 매체가 잘 주목하지 않은 부분을 보도하려고 노력했다. 아쉬운 지점들도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난민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신을 나타내는 하이라이트였다. 죽을 고비를 넘어서고 가족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회에 출전한 난민팀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각자의 사연이 있었을 텐데,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전해주는 기획 기사가 많았으면 좋았겠다. 남북관계 문제도, 인류의 보편적인 평화라든가 올림픽 정신 등에 비춰서 더 심화해 보도했으면 한겨레 고유의 관점을 좀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맨 앞줄에 금메달리스트를 세우고 메달 없는 선수를 맨 뒷줄에 세운 것을 지적하는 기사(8월25일치 22면 ‘동메달 따고도 “죄송”…왜 그런가 했더니’)는 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보여주며 마무리하는 좋은 시도였다.
올림픽에 소외된 파벨라 지역 기사
노메달 선수 이야기 등 괜찮았지만
난민팀·남북관계 심층보도 아쉬워
평창올림픽 문제 꼼꼼히 따져봐야 홍성일 위원 ‘로봇 저널리즘’의 주된 영역이 날씨, 증권, 스포츠다. 결과 중심으로 스포츠를 다루는 것은 이제 로봇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관점이 중요해졌다. 단지 경기 결과가 아니라 맥락, 경기와 연관된 협회의 정치화 등등 로봇이 해석할 수 없는 영역을 보도해야 한다. 리우올림픽을 다루는 데에도 한겨레만의 관점이 필요하다. 폐막식에서 ‘아베 마리오’라 불리는, 일본 아베 총리의 퍼포먼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에게 아베는 일본의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인데, 그 사람이 세계 무대에서 올림픽 개최를 선언했다. 정치화된 올림픽을 드러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한겨레의 관점이 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파벨라 취재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질적·양적으로 부족했다. 스포츠 결과를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나, 깊이나 지속성 측면에서 아쉬웠고 면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올림픽은 일종의 ‘시험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 ‘결과보다 과정’, 비인기 종목 등에 보도 역량 주력한 데 호평
백미숙 위원 평소 스포츠 중계를 보지 않고, 신문 읽을 때에도 대체로 스포츠면은 그냥 넘어가는 편이다. 열린편집위원회 회의를 위해 공부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미래 잃은 삼바의 땅에서 ‘치안’이 춤춘다’(8월6일치 4면) 기사와 ‘조효제의 인권 오디세이-올림픽, 스포츠, 인권’(7월27일치 25면) 칼럼으로부터 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관점을 얻었다. 수영 선수 펠프스의 신체를 과학과 접목시켜 분석하고 양궁 선수들의 훈련 내용 등을 전한 ‘리우올림픽, 숨은 1인치’ 코너를 재밌게 봤다. ‘숫자로 본 리우올림픽’은 짧은 기사지만 품이 많이 들어가,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달력 형태로 만든 일정표나, 오늘 꼭 봐야 할 경기 짚어주기나, 필요한 면을 찾기 수월한 편집 등 여러모로 독자를 배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사를 쓰는 관점이나 기사를 다루는 방식도 사려 깊었다. 메달을 딴 사람의 이야기를 기쁘게 다루면서도 못 딴 사람에 대해서도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지게 만들었다. 탁구 선수 정영식이 태릉선수촌의 불을 가장 먼저 켜고 가장 마지막에 끈다는 표현, 유도 선수들의 손을 사진으로 찍은 것 등 결과만 아니라 과정에 주목하고 눈물과 땀을 드러내서 보여줬다. 리우 선수촌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다룬 기사 등 인권 문제도 잘 다뤄줬다. 태권도는 어떻게 점수를 낼까, 메달은 왜 깨물까 등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기사들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처음부터 난민팀이 궁금했는데 거의 후반부에 기사가 나왔다. 앞에서 다뤄줬으면 더 흥미있게 봤을 것 같다.
김양희 스포츠팀장 올림픽 시작 전에 난민팀 선수 10명의 기사를 크게 썼었다. 그 뒤로 계속 쓰면 반복되는 느낌을 줄까봐 자주 쓰지 못했다.
위원장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 중이었다면 이라크 난민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을까? 그런 부분에도 정치적 맥락이 있다.
김양희 이번 올림픽에 시리아 출신 선수가 2명 출전했는데, 1명은 시리아 국기를 달고 나왔고 다른 1명은 난민팀으로 출전했다. 안타까웠다.
이승희 위원 한겨레 스포츠 기사는 올림픽을 보도하면서도 올림픽을 비판하는 모순에 입각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괜찮은 기사가 많았는데, 좀더 많은 분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에티오피아 마라톤 선수의 경우, 세리머니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그런 세리머니를 펼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지 등 더 많은 분석을 듣고 싶었다. 스포츠 해설에 대해 성차별적 발언들을 모아서 비판한 기사(8월11일치 23면 ‘막말 올림픽이 있다면 금메달감’)가 있었는데, 이미 문제가 된 성차별 발언 말고도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중계는 어때야 하는지 등에 대해 다뤄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스포츠를 다루면서도, 독자들이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고, 다른 나라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끔 해주는 구실에 역점을 두고 좀더 깊게 써주면 좋겠다. 언론이 비인기 종목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 부족’을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다. 비인기 종목은 관람하기도 쉽지 않고 ‘보는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언론은 스스로 비인기 종목을 소홀히 보도하면서도 되레 국민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 한겨레는 애국주의적 편향이 가장 덜한 신문인데, 이번 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상대팀인 온두라스가 경기 후반에 이른바 ‘침대축구’를 편 것을 비난하는 기사가 많았다. 약소국가로서 그런 전술을 쓸 수도 있지 않은가?
위원장 중계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은 것 같다. 한국 언론의 후진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국가대표 축구를 하면 공영방송이 모두 중계를 한다. 채널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독일 같은 경우 월드컵이 열려도 공영방송 3~4곳 가운데 한 곳 정도만 중계를 하더라. 스포츠 중계에서 획일주의, 메달 지상주의, 애국주의, 성장주의 등을 비판해줬으면 좋겠다. 비판하면 고쳐질 수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 중계도 여성단체들의 끈질긴 항의로 없어졌다. 이번 올림픽에선 북한의 스포츠 상황을 분석하는 기사 등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겨레가 다른 신문보다 내용이 훨씬 좋았다. 어떤 신문은 올림픽에서 발생한 에피소드, 휴머니즘적인 측면을 주로 보도했는데, 다채롭지만 내용은 없었다. 반면 파벨라 보도 등을 볼 때 한겨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양희 애초 이번 올림픽 보도의 테마를 비인기 종목 보도와 ‘결과보다는 과정’ 등으로 잡았다. 메달을 따는 것보다, 선수가 4년 동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들인 노력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리우 현장에 보낸 취재기자가 1명이었는데, 혼자 다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예컨대 가기 전에 요트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취재해보라 주문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단독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서 취재를 진행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결과 중심 보도는 로봇도 할수있어
경기 맥락·정치화 등 영역 집중해야
속보 경쟁 속 스포츠 지면 특화 필요
생활체육 콘텐츠·스토리 발굴해야 ■ 종합일간지의 스포츠면 어때야 할지 고민 필요…“인권의 관점으로 스포츠 다뤄야” 홍성일 브라질 리우올림픽인데, ‘올림픽’에만 방점이 찍힌 것 같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 세 가지가 엮여야 하는데, 브라질과 리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려는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력 부족 등이 배경일 텐데,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이 있으니 다른 부서의 지원을 받아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이번 올림픽 때 디지털에서 ‘뉴스 에이에스(AS)' 코너로 배구협회, 난민 얘기 등이 나왔는데, 올림픽뿐 아니라 스포츠 일반 영역에서도 그런 확장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양희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든가, 리우의 문제점 등은 개막 전에 많이 보도했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스트레이트 기사가 나날이 나오니까 온전히 스포츠에만 집중하게 된다. 패럴림픽이 곧 시작되는데, 모두 끝나면 전반적인 문제들을 다시 짚어볼 생각이다. 위원장 평소의 한겨레 스포츠 지면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양희 스포츠 영역은 한겨레 내부의 ‘근대 5종’과 같다고 보시면 된다. 인력은 <조선일보> 등의 절반에 그친다. 이번 올림픽 때에는 다른 부서로부터 3명을 파견받아 함께 일했는데, 3~4일 전에 결정되는 등 급히 만들어지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다. 이상재 인권의 관점에서 한국 스포츠를 바라보면, 여러 문제점을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선수 혹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선수협 차원에서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언론도 ‘혹사’를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 뿐 선수의 인권 문제로 확대해 접근하지 못한다. 학교 체육 문제도 심각하다. 성적 지상주의, 합숙, 학습권 박탈 등의 문제가 있는데, 수십년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지난 올림픽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오교문 감독 인터뷰를 봤는데, 그 나라에서 한국식으로 가르치려니 도저히 안 되더라는 얘기를 했다. 전지훈련 가는 것도 엄격하고, 가더라도 수업을 위해 교사를 데려가야 한다고 하더라. 한국의 스포츠는 이미 신자유주의 경쟁의 결정판이다. 성폭행, 몰래카메라, 폭력 등 체육계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범죄의 문제도 있다. 전반적으로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올 수 있다. 김양희 투수 혹사 문제는 어느 한 팀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 시스템의 문제라, 조만간 이를 짚을 계획이다. 학교 공부와 학습권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학부모와 선생이 아이가 선수로 성공하는 데 몰입해서, 스파르타식으로 ‘운동 기계’를 키워내는 현실이다. 학교에서 일반 학생과 체육 학생을 나눠서 교육하는 등 부작용이 더 심해지고 있다. 전반적인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가겠다. 이승열 지상파 생중계, 뉴미디어, 속보 경쟁 속에서 스포츠 지면을 특화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예컨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에 대한 콘텐츠를 다룬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른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경기 결과 대신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여러 가지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도 방법이다. 올림픽 이후 선수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뤄보면 어떨까? 일본에서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상업화라고 매도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스포츠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김양희 스트레이트 기사는 톱으로 안 세우고, 인터뷰나 생활 스포츠 등 특화된 기사를 톱으로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나오지 않는 기사를 톱으로 세우는 것이 목표다. 한겨레 스포츠에서만 읽을 수 있는 단독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인터뷰나 속 깊은 생활 스포츠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위원장 올림픽과 한겨레 스포츠 지면에 대해 여러 가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이것으로 오늘 회의를 마친다. 정리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제6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노메달 선수 이야기 등 괜찮았지만
난민팀·남북관계 심층보도 아쉬워
평창올림픽 문제 꼼꼼히 따져봐야 홍성일 위원 ‘로봇 저널리즘’의 주된 영역이 날씨, 증권, 스포츠다. 결과 중심으로 스포츠를 다루는 것은 이제 로봇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관점이 중요해졌다. 단지 경기 결과가 아니라 맥락, 경기와 연관된 협회의 정치화 등등 로봇이 해석할 수 없는 영역을 보도해야 한다. 리우올림픽을 다루는 데에도 한겨레만의 관점이 필요하다. 폐막식에서 ‘아베 마리오’라 불리는, 일본 아베 총리의 퍼포먼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에게 아베는 일본의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인데, 그 사람이 세계 무대에서 올림픽 개최를 선언했다. 정치화된 올림픽을 드러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한겨레의 관점이 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파벨라 취재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질적·양적으로 부족했다. 스포츠 결과를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나, 깊이나 지속성 측면에서 아쉬웠고 면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올림픽은 일종의 ‘시험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 ‘결과보다 과정’, 비인기 종목 등에 보도 역량 주력한 데 호평
경기 맥락·정치화 등 영역 집중해야
속보 경쟁 속 스포츠 지면 특화 필요
생활체육 콘텐츠·스토리 발굴해야 ■ 종합일간지의 스포츠면 어때야 할지 고민 필요…“인권의 관점으로 스포츠 다뤄야” 홍성일 브라질 리우올림픽인데, ‘올림픽’에만 방점이 찍힌 것 같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 세 가지가 엮여야 하는데, 브라질과 리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려는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력 부족 등이 배경일 텐데,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이 있으니 다른 부서의 지원을 받아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이번 올림픽 때 디지털에서 ‘뉴스 에이에스(AS)' 코너로 배구협회, 난민 얘기 등이 나왔는데, 올림픽뿐 아니라 스포츠 일반 영역에서도 그런 확장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양희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든가, 리우의 문제점 등은 개막 전에 많이 보도했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스트레이트 기사가 나날이 나오니까 온전히 스포츠에만 집중하게 된다. 패럴림픽이 곧 시작되는데, 모두 끝나면 전반적인 문제들을 다시 짚어볼 생각이다. 위원장 평소의 한겨레 스포츠 지면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양희 스포츠 영역은 한겨레 내부의 ‘근대 5종’과 같다고 보시면 된다. 인력은 <조선일보> 등의 절반에 그친다. 이번 올림픽 때에는 다른 부서로부터 3명을 파견받아 함께 일했는데, 3~4일 전에 결정되는 등 급히 만들어지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다. 이상재 인권의 관점에서 한국 스포츠를 바라보면, 여러 문제점을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선수 혹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선수협 차원에서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언론도 ‘혹사’를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 뿐 선수의 인권 문제로 확대해 접근하지 못한다. 학교 체육 문제도 심각하다. 성적 지상주의, 합숙, 학습권 박탈 등의 문제가 있는데, 수십년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지난 올림픽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오교문 감독 인터뷰를 봤는데, 그 나라에서 한국식으로 가르치려니 도저히 안 되더라는 얘기를 했다. 전지훈련 가는 것도 엄격하고, 가더라도 수업을 위해 교사를 데려가야 한다고 하더라. 한국의 스포츠는 이미 신자유주의 경쟁의 결정판이다. 성폭행, 몰래카메라, 폭력 등 체육계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범죄의 문제도 있다. 전반적으로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올 수 있다. 김양희 투수 혹사 문제는 어느 한 팀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 시스템의 문제라, 조만간 이를 짚을 계획이다. 학교 공부와 학습권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학부모와 선생이 아이가 선수로 성공하는 데 몰입해서, 스파르타식으로 ‘운동 기계’를 키워내는 현실이다. 학교에서 일반 학생과 체육 학생을 나눠서 교육하는 등 부작용이 더 심해지고 있다. 전반적인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가겠다. 이승열 지상파 생중계, 뉴미디어, 속보 경쟁 속에서 스포츠 지면을 특화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예컨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에 대한 콘텐츠를 다룬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른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경기 결과 대신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여러 가지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도 방법이다. 올림픽 이후 선수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뤄보면 어떨까? 일본에서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상업화라고 매도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스포츠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김양희 스트레이트 기사는 톱으로 안 세우고, 인터뷰나 생활 스포츠 등 특화된 기사를 톱으로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나오지 않는 기사를 톱으로 세우는 것이 목표다. 한겨레 스포츠에서만 읽을 수 있는 단독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인터뷰나 속 깊은 생활 스포츠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위원장 올림픽과 한겨레 스포츠 지면에 대해 여러 가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이것으로 오늘 회의를 마친다. 정리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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