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 선거 쟁점이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원고를 쓰는 지금까지는 그러하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언론이 쟁점 발굴에 열심이지 않은 탓이라 본다. 대통령선거 관련 소식을 전하기는 하지만 정당의 대선 후보 결정과 이들의 동정이나 인터뷰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내용이 전부이다. 다시보기를 통해 4월의 방송 뉴스를 살펴보니 시청자평가지수 조사에서 일곱 개 부문 1위에 오른 종편조차 국가적 당면과제를 심층 조명하지 않는다. 언론이 대선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국군통수권자가 탄핵된 이후 한반도 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언론에서 이들은 현저히 중요한 의제가 아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을 주요 뉴스로 다루지만 기사를 읽고 나면 쩨쩨한 중국과 무능한 정부라는 정서적 반응만 드러낼 뿐 위기 타결 해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찾기 힘들다. 포털의 초기 화면에는 기껏해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됐다는 소식 정도만 보인다. 그런데 미국 언론은 달리 판단하는 것 같다. 4일자 <조선일보> 1면과 6면에 따르면 미국의 3대 네트워크 방송의 하나인 <엔비시>(NBC)가 저녁 뉴스프로그램 간판 앵커를 오산에 파견해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직접 전했다 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한반도 사드 배치가 두 국가 간 주요 정치 이슈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뉴스 진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엔비시>의 자율적인 뉴스 가치판단이 구체적인 근거를 토대로 이루어졌다면 적어도 미국 정치계는 북핵을 실질적인 위협 요인으로 간주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구나 북한 선제타격 같은 군사적 대응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정책 결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한반도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여당의 재집권은 불가능하다. 탈당 의원들이 만든 다른 보수 정당도 집권할 가망이 전혀 없다. 민주화 이후에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은 국가안보와 북한 관련 이슈를 선점해 선거 캠페인을 지배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이념에 기댄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도 집권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국면은 그동안 왜곡된 국가안보 담론을 바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언론이 미-중과의 전략적 외교관계 설정 및 대북한 정책 관련 의제를 적극 발굴해 후보의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이 뭔지를 묻고 현실적인 타당성을 검증할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여론 시장 흔들기에 있다. 한 주간신문은 2012년 이전의 표집틀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가상의 상황을 실제 현실로 가정해 조사하고 이를 뉴스로 만들어냈다. 경쟁 구도를 가정해 의견을 묻는 조사는 현실의 정치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를 매우 선호한다. 6일 아침 유력 종이신문도 자체조사(<중앙일보>)와 타 언론의 조사 결과를 인용(<동아일보>)해 선거판이 양자 구도로 짜인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양자 구도란 여타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하는데 후보 간 연대나 인위적인 정계 개편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주변에 양자 구도가 현실화된다면 하고 가정해 말하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강요에 가까운 언론의 양자 구도 주문이 약발을 보이는 것 같다. 언론이 ‘가짜 뉴스’를 통해 여론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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