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장 <한겨레>에 칼럼을 쓴지 만 1년이 되었다. 4주마다 한 번인데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자주 차례가 된다. ‘미디어 전망대; 코너에 뉴미디어 이슈를 실어달라는 요청에 고민하다 의견성 칼럼보다는 정보가 되는 칼럼을 써보자는 생각에 수락했다. 이번 칼럼 역시 뉴미디어 관련 주제를 찾았다. 2013년 8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을 때 기자협회보에 ‘디지털 편작의 한 수’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실었다. 남들과 똑같은 상품을 만들고 팔리기를 기대한다면 베조스 아니라 그보다 더한 디지털의 ‘편작’(중국 전국시대의 명의)이 손을 대더라도 살릴 수 없다고 썼다. 그 후 만 4년이 지난 현재, 제프 베조스의 리더십과 워싱턴 포스트의 변화를 짚어볼 생각이었다. 최승호 감독의 <자백>에 이은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 <공범자들> 제작에 펀딩을 하고 개봉을 기다렸다. 17일이 개봉인데 <문화방송>(MBC) 사장과 전현직 임원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럴 리야 없지만 혹시나 싶어 마음 졸이며 시사회로 미리 봤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는 장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울부짖던 한국방송 피디는 대학 동기였고, 이사장은 대학 은사님이었다. 영화 내내 지인들의 모습이 등장했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들이 싸우고 다치고 쫓겨나던 그 세월동안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자책과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몰랐다. 최 감독은 공범자들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책임이 있으시잖아요.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만섭은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어린 딸에게 말하고 다시 광주로 돌아간다. 운전사로서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했다. 독일인 힌츠페터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기자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정작 비극의 주범인 전두환은 <택시운전사>의 내용이 날조되었다고 법적 대응을 검토한단다. <공범자들>에서 이명박은 김재철을 사장으로 임명해 공영방송 엠비시를 망친 주범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그 사람한테 물으라고 한다. 책임지지 않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전직 대통령들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참담하고 얼마나 부끄러운지. 최승호 감독은 <공범자들>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용마 기자는 그 시절 침묵하지 않았다는 게 나의 의미라고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짓눌렀던 것은 나 역시 공범자였다는 죄책감이었다. 제프 베조스의 리더십 이야기를 하려다가 영화 이야기를 했다. 리더십은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다. 리더가 조직을 흥하게 하기는 어려워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우리는 지난 10년 안방에서 지켜봤고, <공범자들>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정보성 칼럼을 쓰겠다고 시작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칼럼으로 지면에 누가 되는 거 같아 늘 송구했다. 오늘은 의견으로 마무리하련다. 망가진 공영방송을 더 이상 두고만 봐서는 안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침묵해서는 안된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17일 개봉한 <공범자들>을 한겨레 독자 모두, 촛불 시민 모두 보러가시라, 아이들 손잡고 보러가시라. 그래야 <공범자들>이 천만 영화가 되고, 공영방송에서 <공범자들>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제프 베조스의 리더십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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