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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저널리즘의 원칙은 노트북에서 잠잤다”

등록 2018-04-11 14:07수정 2018-04-13 13:59

-민언련 주최 세월호 4주기 토론회-
“외부권력과 조응해 세월호 참사 왜곡”
“다양한 보도사례 기반으로 토론 교육해야”
서울 중구 서울시 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10일 저녁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세월호 참사 4주기, 보도 참사는 끝나야 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 중구 서울시 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10일 저녁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세월호 참사 4주기, 보도 참사는 끝나야 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원구조’ 오보·유가족 폄훼·본질 흐리기 등으로 언론 보도는 또 다른 ‘참사’로 지목됐다. 이같은 ‘보도참사’는 언론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쓴 계기가 됐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언론 전문가와 언론인들이 모여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재발을 막을 방법도 제시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1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 엔피오(NPO)지원센터 대강당 ‘품다’에서 주최한 토론회 ‘세월호 참사 4주기, 보도참사는 끝나야 한다’엔 각 방송사 언론인과 언론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4년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언론 보도 행태를 뼈아프게 기억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송명훈 <한국방송>(KBS) 기자(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한국방송이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회장 관련 보도를 앞서서 한 적 있었다. 많은 언론사가 (후속보도로) 따라왔다”며 “큰 재난이 닥쳤을 때, 보도가 지엽적인 것에 몰입됐다. 뒤를 돌아보니 본질이 아니었다”고 했다. 송 기자는 “세월호의 진실과 구조의 난맥상을 두고 시의적절한 판단보다는 우리 뉴스를 얼마나 더 돋보일 수 있느냐에 매몰됐다”고 했다. 남상호 <문화방송>(MBC) 기자(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도 “문화방송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부터 최근까지 가장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언론사”라며 “‘전원구조’ 오보는 대형 참사에 대응하는 보도국 내 합의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속보를 경쟁사보다 빨리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빚어낸 촌극”이라고 했다. 남 기자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유가족 관련 왜곡 보도 형태는 외부권력과 조응이 있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다”고 했다. 송 기자와 남 기자는 문화방송·한국방송이 정상화 기구를 통해 ‘보도참사’에 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언론인들은 각 언론사가 예전부터 불합리한 재난 보도에 대응할 기구나 원칙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대형참사가 일어나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심영구 <에스비에스>(SBS) 기자(언론노조 에스비에스 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는 “(저널리즘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내부적 감시 위원회와 편성규약에 따른 공정방송 협의회가 있었다. 또 윤리강령·보도준칙도 있었는데, 왜 보도가 그렇게 그 모양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이 원칙들은 책상머리에 있는, 각자 노트북에 잠든 원칙이었다”면서 “△사실확인 부족 △받아쓰기 △비윤리 △자극 △권력편향 △누락·축소 보도 등 적당히 넘어갔던 무너진 저널리즘의 민낯이 대형참사 때 밝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소속 토론자는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도원 <와이티엔> 기자(언론노조 와이티엔 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전 위원장)는 “‘(세월호)유족 보험금을 철저히 취재하라’,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건·사고가 빵빵 터지면 회사는 절대 망할 일 없다'고 지시하거나 말하는 등 참사 당시 보도국 간부들의 인식 수준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현재 (최남수) 사장이 중용한 인사가 이렇게 ‘보도참사’에 중요한 축을 담당한 간부들이었다. 올바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도국을 이끄는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저널리즘 교육과 그 구체적 교육 방법도 제시됐다.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저널리즘 교육을 하며 언론이 이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를 강조해야 한다. 기자·피디들에게 상업성보다는 ‘저널리즘이 먼저’라고 교육해야 한다”면서 “언론 보도 과정은 다양한 인권 가치가 충돌한다. 윤리강령·가이드라인 적용 시 판단하기 어려웠던 사례들을 끊임없이 수집한 뒤, 이를 기반으로 토론하는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사진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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