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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복잡한 한일 관계… ‘노 아베’ 집중하며 치밀하게 분석해주길

등록 2019-08-16 12:24수정 2019-08-16 12:34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11차 회의
제74돌 광복절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한겨레>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의 11번째 회의가 열렸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를 뚫고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 모인 위원들은 <한겨레>의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국의 불매운동 보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고조되는 불매운동 분위기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가에서 좀 더 친절하고 완성도 있는 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일 갈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위원들은 어떤 기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열정적으로 의견을 냈다.

이번 회의에는 신광영 위원장(중앙대 교수·사회학), 김미경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진민정 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서윤 위원(작가), 최선목 위원(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김종구 편집인, 김회승 정책경제에디터, 임지선 참여소통데스크가 참석했다.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가 11번째 회의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가 11번째 회의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노 재팬’ 아닌 ‘노 아베’ 긍정적

규제 완화 움직임 지적 등

균형 잡힌 시각 돋보여

속보보다 완성도에 집중해주길

신광영 위원장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보도 위주로 먼저 논의를 해보겠다.

최서윤 위원 지난번 회의 때 불매운동 보도에 대해 이야기하며 반일 감정이 집단주의적으로 작용하는 데 언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한달 동안 <한겨레> 보도를 보면 그런 지점에서 노력한 것이 보였다. 특히 사설에서 지식인들의 성명을 내보낸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이었다. 일본이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구성원이 있고, 일본 시민 중에도 연대할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기사들이 있어 좋았다.

김미경 위원 <한겨레>가 끓어오르는 부정적 여론을 약간 진정시키고, ‘노 재팬’이 아닌 ‘노 아베’를 외치는 점이 좋았다. (불매운동에) 재를 뿌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한겨레>도 ‘노 재팬’이 아닌 ‘노 아베’라고 기사를 쓰면 욕먹을 것을 인지했을 것이다. ‘너희가 왜 국민의 열기를 식히냐’ ‘김빠지게 한다’는 말도 듣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부분을 잘 짚어준 것 같다.

신광영 일본 전체가 아닌 일본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균형 잡힌 기사들이 <한겨레>에서 많이 나왔다.

최서윤 생방송 뉴스인 <한겨레 라이브>에 아베에 관한 콘텐츠가 있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맥락을 좀 더 폭넓게 보여줬다.

진민정 위원 저도 그 영상을 봤는데 전체적으로 방향이 좋았다. 결국 한·일 시민이 (서로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내용과 일본인의 입장에서 현재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혐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보여준 것이 좋았다.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인상 깊었다. 도올 선생과의 인터뷰도 재미있었다.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의 인터뷰가 많았다.

김미경 7월 중순까지는 <한겨레> 보도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기사가 많았다. 독자들은 단순한 사실보다 아베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베의 행동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됐는지, 아베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다. 전반적으로 좋지만 한발 빠른 보도가 아쉬웠다.

신광영 사실 학계에서는 일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이뤄졌다. 이것을 저널리즘 형태로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소개하고 해석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그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어떻게 순발력 있고 정확하게 메워주느냐가 문제다. 이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등장할 이야기일 것 같다.

진민정 기사가 많이 쏟아졌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부족했다. 속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완성도 높은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가 경제 문제와 연결돼 있다 보니 경제와 관련한 기사들이 많은데, 많은 독자는 경제 기사를 어려워한다. 전체적인 설명이 들어간 친절한 기사를 내주길 바란다.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관한 기사가 많은데 왜 지소미아가 화두가 되는지, 이것을 파기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등을 다룬 입체적 기사가 없었던 것 같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라 예상되는 부분을 보충해주면 좋겠다.

■ 보수-진보 매체 격차 큰 보도

치밀한 분석으로 주도권 잡아야

일본기업 입장, 국제분업 구조 등

구체적인 보도 이어지길

최선목 위원 현재 갈등에 대해 진보-보수 매체 간 격차가 큰 편이다. 소재 전쟁이냐, 경제 전쟁이냐, 역사 전쟁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선 역사적, 외교적 이야기를 자세히 알기 어렵고 사실 이런 것들을 연구 영역으로 삼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나 법원, 기타 기관이 두 나라 사이 경제적 분업 관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도한 두려움을 표출해서는 안 되지만, 쓸데없이 사실이 아닌 자신감을 내보여서도 안 된다. 두 나라 사이 갈등 관계는 역사와 경제 문제 등이 섞여 있다. 역사적 문제를 경제적 문제로 압박하는 것은 큰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본다. 이번 일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그들보다 더 치밀한 분석으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선 일본 기업들의 생각이 어떤지도 궁금했다. 국내 매체를 통해서는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과 중국, 미국 등의 해외 기사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 진영 논리를 떠나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전달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광영 세계 분업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분업구조가 발달하면서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서로 다른 곳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단순히 (일본이) 삼성으로 수출을 하지 않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일본의 이런 행동이 전체 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건드려서 일본 기업도 피해를 보면서 한국의 기업에도 피해를 주고 동아시아에도 피해를 주는 국제 분업구조에 관한 내용을 많은 독자는 궁금해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문제가 정치 이슈이면서 경제 이슈이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를 포함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현재 등장한 가장 복합적인 문제인 것 같다.

김회승 정책경제에디터 말씀하신 대로 워낙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한 것이 진화하면서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아베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경제를 수단으로 삼고 있다.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포지셔닝을 해야 할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힘의 균형이 바뀌는 것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경제 영역에서 어떤 해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기업 차원의 대응으로 해결하기가 힘든 구조지만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 정부는 기술의 국산화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두 나라 기업 간 분업구조를 일본이 건드리면서 우리 산업구조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공급 안정성을 갖추기 위한 방법, 그에 맞는 산업 생태계를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기획기사를 독자들께 보여주려 한다. 외교, 역사, 경제 측면의 다양한 이슈들을 입체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미경 <한겨레>가 관련 기사 중에 굉장히 잘한 것이 있다. 7월25일 나온 기사인 ‘아베 치랬더니 노동자 치는 정권’이다. 이처럼 주 52시간제, 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완화 시도를 지적한 언론은 <한겨레>와 <경향신문>밖에 없다고 <미디어오늘>에서 지적했다. 이 두 법은 굉장한 노력으로 얻은 결과다. <한겨레>가 욕을 먹더라도 계속 지적해야 한다. 또 정부가 투자하는 예산이 대기업한테만 흘러가지 않고 잘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바란다. ‘전문가 릴레이 진단’도 잘 보고 있는데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지피지기’를 말했다. 이를 위해 <한겨레>가 일본 대해부 기사를 내줬으면 좋겠다.

신광영 더불어 왜 일본이 망해가는가도 분석해주면 좋겠다.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란 책이 있다. 일본 사회가 병들어가는 것을 해부한 책으로 일본 사회는 정치 때문에 망한다고 썼다. 일본은 자살률이 높고 빈부 격차가 크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비전이 없는 나라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일본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일본과는 다른 아시아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제까지는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 한국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흥미 유발 ‘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

촬영 교육 있다면 더 좋아질 듯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기사 통해

우리가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길

진민정 생방송 뉴스인 <한겨레 라이브>의 수요일 코너인 <독한소통>을 즐겨보고 있다. 미디어오늘 기자가 출연한 최근 방송도 재밌게 봤다. 이렇게 <한겨레>에 애정을 갖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 언론의 특성 중 하나는 독자가 저널리즘을 자기편을 위한 도구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일반 시민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영상프로그램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최서윤 <한겨레 라이브>의 ‘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가 코너가 재밌는데, (기자가) 직접 무엇을 해봤다는 게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인 것 같다.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는 콘셉트인데, 기자들에게 촬영 교육을 하면 더 좋은 품질의 영상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광영 한-미 연합훈련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지, 얼마나 비용이 들고 어떻게 훈련을 진행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독자들은 모른다. 북한이 이 훈련을 비판하는데, 무엇을 비판하는 것인지, 왜 남북 간의 갈등 소재가 되는지에 대한 보도가 있으면 좋겠다.

김미경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한겨레>에서 많이 다뤘다. ‘직장갑질 119’ 운영진 인터뷰를 재밌게 봤다. 이런 기사가 젊은이를 끌어들일 수 있는 기사라고 본다. 젊은이들이 직장을 다니면 제일 싫어하는 것이 회식이라고 한다. 갑질 때문이다. 이 법이 시행된 뒤에 무엇이 변화되었는지 취재해 보도한다면 젊은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신문 보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때가 많은데 이런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진보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

정리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녹취 천효진

김회승 <한겨레> 정책경제에디터가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열린 열린편집위원회에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회승 <한겨레> 정책경제에디터가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열린 열린편집위원회에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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