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TV수신료 인상안 다시 수면 위로…제도개편 ‘먼저 풀 숙제’

등록 2020-07-14 18:25수정 2020-07-15 02:36

KBS “공영성 높이려 현실화 추진”
OTT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난항
지상파 독과점 때 법체계 개선 필요
독립된 ‘수신료 산정위’ 도입 제안도
40년째 묶였던 티브이 수신료 현실화안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양승동 <한국방송>(KBS) 사장은 지난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하반기에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출범시켜 이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주 임시기구인 ‘공영성 강화와 수신료 현실화 프로젝트’ 팀을 띄운 뒤 이어 실무조직인 추진단이 다음달 활동을 개시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의결을 거쳐 하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

■ 40년째 2500원으로 동결 방송의 공정·공익성과 자율·독립성을 기치로 하는 공영방송은 영국·독일 등 50여개국에서 채택한 제도로,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한다. 한국방송 수신료는 1981년 컬러티브이 방송을 계기로 책정된 2500원이 40년째 동결 중이다.

지난해 한국방송이 받은 수신료는 6700여억원으로 전체 재원의 45% 선이다. 부족한 재원은 광고 등으로 충당해왔다. 유럽 공영방송의 수신료 비중이 70~80%,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90%를 넘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방송은 수신료 비중을 전체 재원의 70%로 끌어올려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등이 보장돼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산술적으로 최소 1000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종합편성채널 출범 뒤 광고 매출마저 현저히 떨어져 중간광고와 유사한 프리미엄 광고(피시엠)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시청권 침해 논란 속에 득보다 실이 컸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1000억대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방송이 벼랑 끝 위기를 공적 재원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양승동 사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이 일상화하면서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존재 이유와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 등 경영혁신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도록 하겠다”며 “수신료가 인상되면 지역방송에 더 투자하고, 대하사극, 고품질 드라마,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국회 통과 3차례 불발 수신료 조정안은 방송법에 따라 한국방송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뒤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최종 확정된다. 한국방송은 앞서 2007년, 2010년, 2013년에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세 차례 모두 야당이 ‘불공정 보도’를 문제 삼아 반대했다. 정쟁의 볼모가 됐던 수신료 인상 문제는 이번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유튜브·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의 활성화 등 달라진 뉴미디어 환경이다. 젊은층은 몇만원대의 통신비와 온라인 서비스 이용엔 기꺼이 지갑을 열지만, 잘 보지 않는 티브이 수신료엔 관심이 없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해 여론이 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운 숙제를 앞두고 한국방송은 지난해 9월부터 외부 전문가와 함께 ‘공영미디어미래특별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간 제도 개선과 공영방송 서비스 유형 등을 연구했다. 지상파가 독과점했던 시대에 설계됐던 낡은 법체계를 어떻게 선진화할지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에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서비스 유형은 무엇인지 등 두 축으로 나눠 검토했다. 지난 2월 보고서가 나온 만큼 수신료 프로젝트팀도 이를 토대로 활동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학계나 언론단체는 수신료 인상 선결 조건으로, 편파·왜곡 보도를 바로 세우는 ‘방송 정상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런 전제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영미디어미래특위에 참여했던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공커뮤니케이션 분담에 선결 조건을 요구하다 보니 근본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선순환 구조로 바꾸려면 정치권이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국회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끌 수 있도록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수신료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진아 공주대 교수도 “방송시장이 달라졌다. 재원 없이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수신료를 올리고 그에 맞는 공영방송 역할, 공적 책무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동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 1일 직원조회에서 수신료 현실화안 등 5대 과제가 담긴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한국방송 제공
양승동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 1일 직원조회에서 수신료 현실화안 등 5대 과제가 담긴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한국방송 제공
■ 수신료 배분도 논란 공영방송의 재정 위기 속에 수신료 배분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수신료 수입의 3%를 지원받는 <교육방송> 쪽은 최근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지원 비율을 20%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성제 <문화방송>(MBC) 사장도 공영방송으로서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을 지원받아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논의할 미디어혁신기구를 제안했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 각 채널에 배분을 한다.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의 벽을 넘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낡은 법체계 개선, 제도 정비를 강조한다. 수신료 인상안이 세 번이나 실패했기에 더는 관행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에 국민이 참여했듯 공적 재원구조 논의를 위한 수신료 산정위원회도 외부인 참여 모델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는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구조인데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적정 수신료 산정과 배분을 하자는 것이다. 방통위가 관장하는 모델과 국회산하기구 모델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자는 정부 예속성을, 후자는 정파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는 “독일 공영방송처럼 회계·경영·법률·공익성 분야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된 (공)법인 구조의 수신료 산정위원회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나 국회 추천이 아닌 전문성 있는 각계 시민 대표를 추천받는 안이다. 그는 “독립된 기구에서 경제적 효율성과 공익성을 추구해야 돈을 내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밤 사이 남부 더 강한 비 퍼붓는다…전라·경남·제주 강풍 특보 1.

밤 사이 남부 더 강한 비 퍼붓는다…전라·경남·제주 강풍 특보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2.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현장] “만든 놈, 판 놈, 본 놈 모조리 처벌하라” 딥페이크 엄벌 촉구 3.

[현장] “만든 놈, 판 놈, 본 놈 모조리 처벌하라” 딥페이크 엄벌 촉구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4.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전국 곳곳 ‘물폭탄’ 침수·산사태 피해 속출…500명 긴급 대피도 5.

전국 곳곳 ‘물폭탄’ 침수·산사태 피해 속출…500명 긴급 대피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