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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수신료 인상 논의에 ‘지역성 책무’ 꼭 포함돼야

등록 2020-07-14 17:35수정 2020-07-15 02:36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착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으로 생각해 봤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생활민주주의, 성인지 감수성, 지역 언론, 그리고 수신료 인상. 얼핏 별개의 영역처럼 보이는 주제어들이 사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긴밀하게 연결되는 매개변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근 언론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수신료 논의에서, 좀처럼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지역성 책무’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 것이다.

지자체장은 어떤 면에서 대통령보다 더 자유로운 권력을 누리지만 그에 상응하는 외부 통제는 별로 받지 않는다. 통상 지역 언론이 지자체(장)를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순간은 선거를 전후한 제한된 시기에 집중된다. 일단 당선되고 나면 지역 언론과 지자체는 교묘한 협력 관계, 심지어는 종속 관계를 형성한다. 적절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 당선 이후 적절한 외부적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지금 우리 사회는 그 폐해를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전개되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논의가 제도와 절차,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삶의 영역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역적 책무에 관한 논의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언론계의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던 수신료 문제를 최근 공론의 장으로 다시 띄운 것은 <문화방송>(MBC)이었다. 박성제 사장이 지난 5월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 나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을 전제로 문화방송에 공적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또 지난 1일에는 양승동 <한국방송>(KBS) 사장이 경영혁신안 발표를 통해 한국방송이 국가 기간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신료 비중을 재원의 45%에서 70%까지 증가시켜야 한다며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공식화했다. 마지막으로 <교육방송>(EBS)이 가담했다. 수신료 분배의 불합리성을 제기하며 3% 수준인 현재의 교육방송 몫을 대폭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 앞다퉈 수신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전문가들도 수신료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과 공영방송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편이다. 다만 시청자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적자 폭이 커지는 업계도, 공영방송 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인지하는 전문가도 1981년 이후 묶여 있는 수신료 인상 문제를 섣불리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신료 제도를 손봐야 하는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도 같다. 그래서 수신료 인상 논의에서는 공영방송의 혁신과 신뢰 회복, 시민 참여,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논의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수신료 인상을 논의했던 최근 세미나에서는 과연 공공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공성을 강화할 것인지 여전히 모호해 공공성 논의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 관련 논의는 추후 더 풍부해져야겠지만 구체적 방안에서 지역성 관련 논의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영방송을 자임하는 지상파 방송의 지역성 책무 논의를 제외한 채 진행되는 공공성 강화 방안은 공허할 뿐 아니라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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