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8월 한겨레신문사 등의 공동주최로 열린 ‘박한식 교수 회고록 출판기념 특강’에서 이재봉(오른쪽) 교수가 박 교수와 화상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드디어 ‘박한식 석좌교수직’ 기금을 모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모금 계좌를 열었습니다.”
‘남이랑북이랑’ 뉴스레터를 통해 풀뿌리 통일운동을 펴고 있는 이재봉 원광대 융합교양대학 명예교수가 지난 13일부터 미국 조지아대학의 박한식 명예교수 이름을 딴 ‘박한식 석좌교수직’ 신설을 위한 기금 모금에 나섰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8월 한국과 미국을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박한식 교수 회고록 <평화에 미치다> 출판기념 특강’ 때 이 교수가 진행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박 교수는 <한겨레> ‘길을 찾아서-평화에 미치다’를 통해서, 지난 2019년 3월18일 ‘카터의 첫 방북 드라마’부터 2020 12월7일 ‘한민족 통일 실현 방안’까지 45회 차례 격주 연재한 내용을 갈무리해 같은 제목으로 회고록을 펴냈다.
“2015년 은퇴식에서 조지아대학은 국제문제연구소를 통한 나의 평화 노력과 글로벌 교육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해 주었다. 또한 과분한 은퇴 선물도 함께 전해 주었다. 지난 45년간 나의 평화에 대한 열정과 헌신 그리고 공헌에 대한 보답으로 조지아대학에서 내 이름으로 기금석좌교수직을 만들어 주었다. 영어로는 ‘박한식 프로페서십 오브 피스 스터디스’(Han S. Park Professorship of Peace studies)이다. 일반적으로 기금을 기부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짓는데, 조지아대학에서 은퇴한 교수의 이름을 따서 기금석좌교수직을 만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나에게는 고맙고 영광스러운 은퇴 선물이었다.”
이 교수가 회고록의 마지막 편에서 소개됐던 ‘박한식 석좌교수직’이 7년 만에 개설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 3월이었다. “조지아대학 당국에서는 그동안 100만달러(약 13억원) 기금을 조성해왔고, 박 교수께서 재직 시절 설립한 국제문제연구소(Glovis)에서 내년 채용을 목표로 북한-미국-남한을 잘 알며 관계 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구하고 있다고 했어요. 한반도 평화 연구, 국제회의,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석좌교수 채용을 앞당기도록 막바지 기금을 모아 돕기로 했습니다.”
조지아대학교의 ‘박한식 기금석좌교수직’은 박 교수가 재직 시절 설립한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채용하게 된다. <한겨레> 자료제공
이 교수는 국내외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계좌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선 박 교수가 오래 전 재미동포 이산가족 재회를 주선하며 사용했던 통장이다.
(Account Name: Reuniting Families, Inc./ Bank Name: Wells Fargo Bank, N.A. /Account Number: 8575636439/ Domestic Routing Number: 121000248
International Swift Number: WFBIUS6S/ Address: 420 Montgomery Street, San Francisco, CA 94104)
한국에서는 ‘한반도평화경제회의’ 법인통장이다. (신한은행 100-035-966002).
이 회의는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과 기업인 정기섭 선생이 대표를 맡고 있고 학자, 시민운동가, 기업인, 언론인, 법조인, 종교인, 예술가 등 70여명이 모인 단체이다.
“개인적으로 저의 은사이자 박 교수의 선배인 ‘현대 평화학의 아버지’ 요한 갈퉁 교수께서도 ‘박한식 교수직은 처리하기 어려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촉진해온 위대한 학자에 대한 경의일뿐 아니라 평화학 분야에 대한 찬양의 표시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해줬습니다.”
이 교수는 “박한식 석좌교수직이 신설되면 북핵위기 때마다 가동됐던 ‘남-북-미 2 트랙’을 통한 한반도 평화 협상의 복원을 주선하고, 박 교수가 평생토록 구상하고 준비해온 개성 통일평화대학 설립을 추진할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