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가명·6)가 엄마와 손을 잡고 집 인근을 산책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반지하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선아(가명·6)와 엄마(31)는 지난 16일 반지하 다세대 주택에서 떠나 3층의 볕이 잘 들어오는 주택으로 짐을 모두 옮겼다. 엄마는 선아를 혼자 키워오면서 반지하에서만 지내지 않기를 바랐는데 작은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엄마는 “저를 알지 못하는 많은 분의 도움으로 선아와 반지하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고맙다”고 전했다.
선아네 가족 이야기는 지난 3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굿네이버스)에 소개됐다. 선아는 2017년 6월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났다. 혼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던 엄마는 시설에 입소해 선아의 입양을 기다리기도 했다. 엄마는 선아와 시설에 머물면서 선아를 다른 가정에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홀로 선아를 부양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때 함께했던 선아 아빠는 노름으로 그간 선아 엄마가 벌어둔 돈을 다 써버렸다. 남편과 갈라설 때 통장에 남은 돈은 겨우 30만원이었다.
엄마는 선아를 부양하기 위해 주간에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한 뒤 저녁에는 새벽까지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코피를 쏟아가며 번 180만~200만원은 공과금과 월세, 어린이집 원비를 내고 나면 거의 남지 않았다. 월세도 밀려, 보증금도 깎여나갔고 200만원이 모자라 반지하 방으로 쫓기듯이 떠나야 했다. 이때부터 엄마는 희망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쉴 틈도 없이 일하는데도 사정은 더 악화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생활비가 없어서 지인에게 빌린 1700만원도 갚아가야 할 길이 막막했다.
한겨레에 선아네 사연이 소개된 뒤로 총 323명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 1853만원이 모였다. 굿네이버스는 이 돈을 선아네 주거비와 생계비, 직업훈련비로 사용했다. 보증금과 이사비가 마련돼 선아네는 인천의 한 주택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됐다. 엄마는 지원받은 생계비로 빚을 갚고 남은 비용은 컴퓨터 학원비로 지출했다. 엄마는 “특별한 자격증이 없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가 없었다”며 “선아를 키우면서 짬이 날 때면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빚이 해결된 덕분에 엄마는 야간근무를 하지 않고 선아와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선아는 경제적 어려움에 감히 생각도 하지 못했던 충치도 치료했다. 최근에는 정기검진도 받았다. “선아는 다행히 아픈 곳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엄마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칠놀이를 하는 선아(가명·6). 굿네이버스 제공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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